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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5) 어쩌다 보니 유튜버가 됐다

작성자 떠돌이 게시물번호 19310 작성일 2025-10-24 11:36 조회수 51

 

아내와 함께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자주 본다. 우리 모두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크루즈 영상이나 칸쿤 휴양지 영상을 보면 “와, 살찌겠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가 싼 동남아 휴양지에서의 한 달 살기 영상을 보면 “와, 생활비 절약되겠다” 한다. 대도시 주변을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면 “와, 복잡하다. 와, 시끄럽다” 이런 말들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대자연 광경이 나오면 우리 둘 다 말없이 보다가 가끔 “와, 좋다” 할 뿐이다.

 

여행 이동 수단도 많은 종류가 있다. 어떤이는 차를 렌트하고, 어떤 그룹은 캠핑카를 몰며, 이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저 사람은 자전거를 탄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몰입해서 보는 부류는 도보 여행자들이다. 도보 여행자의 특징은 주로 대자연 속을 걷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볼 때마다 아내와 나는 “와, 부럽다” 한다.

 

이런 여행자들의 영상을 보면서 우리 부부의 버킷리스트는 쌓여만 간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제주 올레길, 동해안 해파랑길, 산티아고 순례길, 킬리만자로 트레킹, 파타고니아 트레킹 등이 그 리스트의 일부다. 언젠가는 가고야 말테다.

 

도보 여행자의 여정을 같이 하면서 불만이 많다. 풍경보다는 자기 얼굴을 비추면서 떠들어대거나, 밥 먹는 장면을 풍경보다 더 많이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스킵하고는 한다. 그냥 조용히 풍경만 보여 주면 안 되겠니?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도 요즘 캘거리 주변을 네 시간 이상 걷고는 한다. 아내가 골절이어서 나 혼자 걷고 있다. 내 모바일 폰은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나의 여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 아내와 보면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실행에 옮겼다. 단시간에 동영상 편집 방법을 배웠다. 동영상을 이어 붙이고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와 아내만 볼 것이기 때문에 배경 음악도 필요 없고 자막도 필요 없다. 금세 나는 유튜버가 되어 버렸다. 구독자는 아내 단 한 명이다. 아내가 무척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비록 아내가 골절 재활 기간이기에 나 혼자 돌아다니지만 이제 내가 보고 걸어 다닌 길을 아내도 볼 수 있다.

 

내가 다닌 길을 편집하고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 큰 화면 tv로 보면서 깨달은게 있다. 폰이나 탭의 작은 화면보다 소파에 앉아 65인치 대화면으로 보는게 훨씬 더 생생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10년 전에 여행 다니면 찍어 놨던 사진과 동영상들이 생각났다. 그런 것도 유튜브에 올려 tv에 보면 훨씬 더 생생할까?

 

10여 년 전에 고프로가 시작한 액션 카메라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도 여행을 앞두고 고프로의 짝퉁인 싸구려 중국산 짭프로를 가지고 히말라야로 떠났었다. 지금 그 영상을 보니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없어서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린다. 그래도 아내가 너무도 좋아하며 보고 또 보고는 한다.

 

나의 유튜브 채널, 너무나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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