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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효과(?)
작성자 어진이     게시물번호 413 작성일 2008-05-01 19:15 조회수 2186

교육의 효과(?)

마누라 자랑하는 사람을  팔푼이라고 한다지만 오늘은 마누라 자랑을 좀 해야겠다. 순진이는 6남매 중에 막내이다. 그리고 장모님께서 마흔 살에 낳고 응석을 받아주며 기르셔서 막내 근성이 다분히 있다. 본인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반면에 나는 8남매중에 세째 아들이다. 위로 형이 둘에 누나가 하나, 아래로 남동생이 하나, 여동생이 셋! 나는 없는 게 없이 모두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어려서 부터 위 아래로 치이면서 살아서 도무지 모가 난 곳이 없는 것 같다. 누가 그랬던가? 나같은 사람을 사윗감 “영순위”로 친다고 ㅎㅎㅎ. 좋게 말해서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없다는 말이 될게다.

가끔 순진이와 나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길 때
“아마~ 요건 막내 기질 때문 일꺼야!”
“당신은 꼭 자기가 불리해지면 고런 소리를 하더라”
“내가 불리할 게 뭐가 있어? 이건 막내가 아니면 못해!”
“제~발 막내~ 막내 하지마~! 듣기 싫어!”
“……”
“보통 사람들 한테는 그냥 다 넘어가는 거야~! 당신이 특별하게 쪼잔해서 그렇지!”
“이것 보세요~ 어부인께서는 “막내”라는 말을 싫어하시는데, 저는 “쪼잔하다” “쫀쫀하다”라는 말을 싫어하거든요?!”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우리가 가끔하는 대화다. 요즘엔 많이 좋아졌다. 서로가 다른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참 오랜 세월이 지나서 터득한 지혜(?)이다. 오래 전에 쓴 쫀쫀이 영감이라는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우리는 환경문제를 가지고 많이 다투었다. 순진이는 그냥 편하게 편하게 살자는 쪽이고 (요게 바로 막내 기질!!!) 나는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쪽이다. 우리가 사는 Mississauga에서는 1년 전부터 Organic Waste는 따로 모아서 버려야 했다. 쓰레기양을 줄이고 유기물질은 퇴비를 만들어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좋은 운동이었다.

처음에는 유기물질 쓰레기를 따로 모으는 게 아주 귀찮았고, 여름철에는 지독히 냄새가 났다. 실수로 투껑이 열리기라도 해서 Raccoon이 와서 뒤지기라도 하면 난장판이었다. 또 운수불길해서 파리가 들어가서 구데기를 쓸어 놓기라도 하면 냄새에, 스물거리는 구더기에, 가관이었다! 그러니 순진이는 유기물 쓰레기 관리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투덜거리기만 했고,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했다. 시에서 온 안내서에서 “유기물 쓰레기를 따로 수거하면 쓰레기양의 4분의 3이 줄어든다”라는 글을 읽었을 때 “설마~!”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까, 우리집의 경우는 Recycle하는 쓰레기와 유기물 쓰레기를 빼고 나면 실제로 쓰레기장으로 가는 쓰레기는 10% 미만이었다. 그래서 “진짜 쓰레기(?)”는 한달에 한번 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그런데 문제는 순진이었다. Recycle 쓰레기 고르는 방법을 교육시킬 때 처럼 교육을 시켜야 했고, 가끔 쓰레기통을 뒤져서 유기물 쓰레기를 골라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순진이가 저녁을 준비한다고 일찍 집에 가더니 전화를 했다.
“여보, 내가 깜빡하고 도시락 가방을 못가지고 왔어. 집에 올 때 잊지말고 가져 와”
“알았어. 오늘 저녁 Menu는 뭐야?”
“뭘 먹고 싶은데?”
“글쎄~”
“날씨도 썰렁한데, 따끈하고 얼큰한 생선찌개 어때?”
“조~오치!” 입에서 군침이 돌았다.

가계를 정리하고 나올려고 하다가,
“아~ 도시락 가방을 가져오라고 했지!”
도시락통을 가방에 넣을려고 집어드는 순간!
‘이게 뭐야? 이 사람이 채소를 안 먹었나?’
자세히 들여다 보니, 통 속에는 바나나 껍질, 먹고난 사과 속, 엽차봉지, 귤껍데기가 들어 있었다.
‘에이 쓰레기통에다 버리지…… 게으르긴 ㅉㅉㅉ’
투껑을 열어서 쓰레기통에 버릴려고 하다가
‘가만있자~ 혹시……’
‘에이 그럴리가 없어! 막내잖아 막내!’
‘이 여자가 혹시 잘 못된거 아냐?’
도시락통 속에 있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그냥 가지고 집에 갔다.

문을 여니, 생선찌개 냄새가 빈 속을 휘저어 놓았다.
“여보~ 나왔어~. 찌개 냄새 기가 막히는데~?!”
“빨리 손씻고 와~ 다 준비됐어”
손을 씻기 전에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내서
“여보~ 이게 뭐야? 웬 쓰레기가 들어있어?”
“어~ 그거 다 Organic Waste잖아”
“뭐라구~? …… 그럼 당신이 이걸 집에 가져와서 Organic Waste통에 버릴려구 했단 말야?!!!”
“그래~ 뭐 잘 못 됐어?”
“와~아~ 놀랠 “노”자다! 놀랬다! 놀랬어!”
“이래야, 우리 수미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안 산다며?”
“나보다 났다!!!”
“아유~ 빨리 손씻고 와~! 찌개 다 식어~!”
“알았어”

그 날 생선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생선찌개도 맛있었겠지만, 순진이의 마음이 더 기특했다.
‘이젠 교육의 효과을 톡톡이 보는구나!!!’
‘분발해야지! 이러다간 오히려 내가 당하겠는데?! ㅎㅎㅎ’


사진 설명: 저는 순진이의 도시락통을 보기 전에는 Organic Waste를 그냥 사무실 쓰레기통에다 버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도 집으로 가져옵니다. 순진이와 저의 Organic Wast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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