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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이야기하자. 서로 원수진 거 없다. 어느 당 선거운동원도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가벼운 이야기 하나 잔잔하게 해 보려고 한다. 노래도 카바레 모드다. 디테일에는 약간의 소설적 상상력을 더했다. 그치만 이야기 줄기는 실화라는 거 분명히 하겠다.
공주가 젊은 시절 아버지 박정희에게 순종만 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딱 한 번이긴 하지만 아버지에게 거세게 반발한 적이 있다. 1977 년의 일이다.
청와대에는 부속실이 두 개 있었다. 제 1 부속실은 대통령의 공관 안 사생활을, 제 2 부속실은 큰영애의 사생활을 각각 보좌하는 부서였다. 제 2 부속실이 원래는 영부인을 모셨었다. 영부인이 갑자기 죽어버리자 할 일이 없어진 제 2 부속실 직원들은 놀고 있다가 그 이듬해인 1975 년 경부터 큰영애를 보좌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 제 2 부속실이 발칵 뒤집혔다. 1977 년 어느 봄 날이었다.
내실담당 직원이 실장에게 보고한 사항은 황당했다. 큰영애가 단식투쟁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큰영애가 단식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부속실장은 이를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지더니 느닷없이 재떨이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카펫바닥에 부딪힌 크리스탈 재떨이가 깨지지는 않았지만 공중부양한 담뱃재로 공기가 뿌얘졌다.
그리고는 미친놈처럼 공중에 삿대질을 하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미친년 같으니 ! 굶어 죽으라 그래!!”
재떨이 이야기나왔으니 잠깐 재떨이 이야기 먼저하자.
싸르니아는 언젠가 ‘박정희와 재떨이’ 라는 영화가 나올거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박정희의 재떨이 던지기는 유명했다. 누군가가 박정희의 궁정동 러브스토리를 다룬 영화를 만든다면 ‘재떨이 대통령의 사랑’ 이라고 제목을 정하면 되겠다.
박정희는 재떨이를 바닥으로만 집어 던지지 않았다. 걸핏하면 사람을 향해 집어던졌다.
크리스탈 재떨이를 사람을 향해 집어던지는 행위는 살인미수나 다름없는데 박정희는 개의치 않고 무거운 재떨이를 집어던지곤 했다. 박정희의 재떨이를 (공식적으로) 처음 정통으로 얼굴에 얻어맞은 사람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김성렬이었다.
청와대 재떨이가 공중에 체류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던 곳은 2 층 메인베드룸이었는데 1968 년 부터 1970 년 까지 이 방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육박전 (陸朴戰) 타이틀매치가 벌어졌다. 그 타이틀매치는 1970 년 봄이 되어서야 약간 뜸해졌다.
1970 년 3 월, 정금지 라는 미모의 20 대 여인이 권총으로 피살됐다.
박정희의 재떨이가 (공식적으로) 마지막 위력을 발휘한 날은 1979 년 10 월 3 일 이었다. 개천절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집무실에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민주공화당 의장서리 박준규, 대통령 비서실장 김계원,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중앙정보부 국내담당 제 2 차장보 김정섭 등이었다. 뭔가를 놓고 논쟁 중이었는데 박정희를 상대로 다른 다른 네 사람이 “그건 무리수입니다” 라고 주장하며 설득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박정희의 재떨이가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직사포처럼 집무실을 가로질러 날아간 재떨이는 맞은 편에 있던 대형거울에 명중했다. 재떨이에 맞은 대형거울이 박살이 나더니 유리파편이 우루루 아래로 쏟아져내렸다.
회의는 끝났고, 다음 날 신민당 총재 김영삼이 국회에서 제명됐다.
공주 단식투쟁 이야기하다가 사설이 좀 길었다.
암튼,,
큰영애가 단식투쟁에 돌입하기 하루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 안전국장으로부터 ‘극비’ 도장이 찍힌 봉투를 하나 전달받았다. 이 봉투는 정보부장이 직접 가져왔다.
그 봉투 안 서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싸르니아가 1 년 반 전 쯤 쓴 이 실화에 바탕을 둔 추리소설을 읽어보시면 되겠다.
이곳에 <파일 빼돌린 놈들을 색출하라> 는 제목으로 올려져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링크는 되지 않는다.
박정희에게 있어서
권력은 물론이고 권위또한 딸과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
따라서 단식투쟁을 벌였다는 것은
공주가 목숨을 걸었다는 것인데,
차라리 러브스토리였다면 그게 이제와서 무슨 시비 대상이 될수 없겠지만,
만일 그 사기꾼같은 목사의 구라를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가치라고 생각했다면
대한민국의 앞날 정말 걱정된다.
갑자기 지난 7 월인가, 김영삼씨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아마 새누리당 경선 때 방문한 김문수씨에게 한 말 일 것이다.
그는 공주를 가리켜 “칠푼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했다.
‘칠푼이란 지능이 좀 모자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는 기자들의 친절한 주석도 있었다.
김영삼씨는 팔푼이로 소문난 사람이다. 하지만 팔푼이도 찰푼이까지는 알아 볼 수 있는 만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다만 팔푼이는 자기가 한 말을 넉달만에 잊어먹고 칠푼이 지지선언을 했다.
추신: 동영상 열자마자……이정희 여사 딱 가운데 앉아있는 거 보고 진짜루 웃겨 죽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