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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가려고 했다가,,, 발권 직전 맘을 바꾸었습니다.
쿠바 대신 선택한 목적지가 좀 생뚱맞습니다.
라스베가스 입니다.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한 여행지입니다.
어제 발권했습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알래스카항공 보너스 항공을 발권하면 하와이를 제외한 미주 전지역을 2 만 마일에 커버할 수 있습니다. 아주 좋은 조건입니다. 시애틀을 경유하는 비행일정도 대기시간 별로 없이 깔끔합니다.
스트립에 있는 숙소로 갈지, 아니면 프리몬트 (다운타운) 에서 머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스트립보다는 프리몬트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리몬트에는 어떤 호텔이 있을까요?
상어떼와 함께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골든너겟과 호텔 캘리포니아가 프리몬트 거리에서 알려진 숙소들 입니다. 골든너겟은 사성급인데도 박당 40 불 정도에 나와 있습니다.
프리몬트에 있는 호텔들은 스트립에 있는 호텔들과는 달리 Resort Fee 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대형 행사만 없다면 라스베가스 호텔들은 그 가격이 환상적일 정도로 저렴하다는 거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차 렌트를 하지 않더라도 듀스나 익스프레스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Resort Fee 따로내며 스트립에 있는 호텔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도시를 잘 알고 있다면요.
어차피 프리몬트 전구쇼를 놓지지 않으려면 올드타운에 일부러 와야 합니다. 올드타운에도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즐비합니다. 전구쇼는 바로 골든너겟 호텔 정문 앞에서 펼져집니다.
라스베가스를 도박이나 하러 가는 도시로 생각하면 섭섭합니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여행자들이 ‘절대 후회없이’ 즐길 수 있는 인류놀이문명의 발상지입니다.
다른 문명은 나일강, 유프라티스-티그리스 강, 강가강, 황하 등등 모두 강변에서 시작됐지만 라스베가스 문명만큼은 물 한방울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탄생했다는 게 신통합니다. 정반대 개념의 자연지옥 침수평원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한 중세 앙코르문명에 대비되는 훌륭한 문명입니다.
그렇다면,,,,,, 라스베가스 문명도 앙코르 제국의 도시들 처럼, 언젠가 자연의 대대적인 반격을 받아 처참한 종말을 맞이하는 건 아닐까요?
일년 365 일 밤낮없이 24 시간 미쳐 돌아가는 이 화려한 해방공간에서 정신줄 반 쯤 풀어놓고 그 분위기에 푹 파묻혀 지내보는 거 별로 나쁠 거 없습니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이 도시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라스베가스에서는 교회에도 헌금봉투 대신 슬롯머신을 설치해 놓는게 어떨까 하는 멋진 아이디어가 떠 오른 적도 있었습니다.
BBC가 선정한 죽기전에 가 봐야 한다는 여행지 중 그랜드캐년이 1 위를 자지했는데, 그랜드캐년에는 1 년에 약 4 백 만명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도시에는 그랜드캐년의 열 배에 달하는 약 4 천 만 명이 전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옵니다.
BBC 는 이 도시 역시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여행지 7 위로 랭크했습니다. 도시 중에서는1 위 입니다. 뉴욕 (9 위)베니스 (18 위) 파리(27 위) 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그건 아마도 라스베가스 안에 뉴욕 (뉴욕뉴욕) 베니스(베니치안) 파리 (호텔 패리스)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랜드캐년 투어는 거의 대부분이 라스베가스에서 시작하거나 라스베가스를 경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라스베가스를 방문하는 여행자의 10 분의 1 만이 그랜드캐년에 다녀간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한 번 이 도시의 마력에 빠진 사람들이 오라오라병에 걸려 뻔질나게 라스베가스를 다시 들락거린다는 말도 됩니다.
어쨌든
호기심과 열정은 조금씩 사라지는 대신,
편하고 익숙한 곳에 가서 놀고만 싶어지는 안일함이 점차 증가하는 거,,
이건 좀 문제인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앞으로 살 날이
지금까지 살아 온 날만큼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드는데,
저도 나이를 먹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