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의 부제는 "악의 일상적 평범함에 대한 보고문"(A Report of the Banality of Evil)입니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부끄럼이나 동정심이 없이 악행을 저지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있습니다. 아이히만은 독일 나찌의 전범으로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아렌트는 이 재판 과정을 정리해서 책을 내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안경쓴 차분하게 보이는 사람이 아이히만이고 아줌마가 저 유명한 유대인 정치학자 아렌트입니다.
우리는 흔히 악당 따로 있고 착한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회가 어떤 사회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 언젠가 댓글에서 언급했지만, 다큐멘터리 "The Act of Killing" (살육연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악행과 그런 악행이 정상적으로 운위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1965-6년에 인도네시아에 일어난 대량살육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 다큐멘터리에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는데, 그들은 죄의식을 갖기는커녕 마치 사람죽인 것을 영웅담처럼 이야기합니다. 이 대량살륙으로 무려 50만명 이상이 살해 당합니다. 이른바 뽈갱이들을 몰아낸다고 그 짓을 한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에게 remorse가 전혀 없는 것은 바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들의 조직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해자가 부끄러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영웅 대접을 받는 사회이니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죠.
이 다큐멘터리의 배경은 위키피디아를 참조하세요.
http://en.wikipedia.org/wiki/Indonesian_killings_of_1965%E2%80%9366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이 분분하겠지만, 어떤 책에서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가게 되는 것은 "일상에서의 사회적 제재"(ordinary social sanction)가 없을 때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책이 그런 내용을 설명하고 있죠.
한편, 좀 다르게 표현하자면, 추하고, 비열하고, 살인적인, 형언할 수 없는 일들이 "정상화(normalization)란 이름으로 일어날 때 더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죠. 아래 링크글에서 이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정상화하는 것(Normalizing the Unthinkable)이라고 잘 개념화하고 있습니다.
http://www.informationclearinghouse.info/article7278.htm
이런 말은 어디서 많이 듣지 않았나요?
아래 이 자유게시판 포스트에서 프라스페러티님께서는 "일국"의 "궁민"을 대표하는 미즈 프레지든트의 캐나다 방문 중 이런 말이 있었다고 보고 해 주셨습니다.
"비정상화를 정상화로 바꾸는데 온 노력을 다 하겠고 모든 국민이 잘 사는 행복국가를 만드는데 모든 정성을 쏫겠다는 박대통열의 연설에 참석하신 동포들의 열렬한 박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마치 나찌의 히틀러의 말처럼 섬뜩하고 무섭습니다. 겉으로는 좋은 표현이겠지만, 그녀를 비판하거나 반댈하는 자들은 다 제거하겠다는 공포문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지금 박근혜 왕조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하면 법적 제재를 가하거나 판사들의 판결도 도무지 정상으로 보지 않은 판결이 나오며, 비판하는 판사는 품위가 방정하지 못하다고 징계를 받으며, 가짜 간첩이 생산되며, 또한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인간들이 정부부서나 KBS 이사 등으로 임명되고 있습니다. 이게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것입니까? 아니죠? Normalizing the Unthinkable이 일어나는 현재상황을 우리는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 정부가 정상으로 생각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요? 한 번 잘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해 볼 것도 없습니다. 위에서 제가 일상적인 사회적 제재가 없으면, 거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들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도 알면서 또 그리고 모르고 행합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오마이뉴스에 나온 기사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 '노란리본' 불태우는 보수단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을 조롱하는 '맞불단식'과 '폭식투쟁'을 벌이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광화문네거리 동아일보사앞에서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리본 화형식을 벌였다. 이 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참석했다. | |
ⓒ 박소희 |
이런 광경을 미즈 프레지든트는 좋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일베들이 자기를 보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발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이대로 간다면, 이들이 앞으로 독일 신나찌의 스킨헤드들(맨대가리들)을 방불케 하는 그런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목탁치는 일베중부터 시작해서 극우 뉴라이트목사에 이르기까지 극단적 행위가 마치 일상처럼 정상적으로 취급되는 그런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 교민사회도 일베들이 하는 생각, 행동도 뭘 모른체 공감한다며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