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 안희선
지루한 세상에서 한참을 서성이고는
꿈을 닮은 마음 뒤켠의 사연을 쏟아낸다
한 번도 하늘에 닿지 못했던,
빈 주먹의 기도(祈禱) 같은 것들
그것들을 미행하다 보면
몸살나는 가슴파기가 있다
멀리서 보면,
하얗게 파헤쳐진 가슴 같은
화석(化石)이 있다
시간을 낚다가, 뜬 세월에 묻히는
한숨 소리 같은 게 있다
먼 곳에서 도착하는
낯선 빛의 물결이
한 줄기 가슴의 내명(內明)이 될 때,
조용히 다가서는 침묵
영하의 체온이 차라리 따뜻한
그런 시간엔
잠을 설친 시계도 진하게 웃는다
멈추지 않는 넉넉한
눈물 속에서
궂은 몸 털어내고,
선명하게 현신(現身)하는 한 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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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신발
Last Fascination - Yuriko Nakamu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