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쿠라모토의 로망스를 들으면
영화 '달콤한 인생'이 떠 오릅니다.
그 영화에서 이 음악을 처음 들었습니다.
‘극중 첼리스트’ 신민아가 연주했습니다.
기후가 이상해 졌습니다.
지난 주 수은주가 섭씨 32 도 까지 치솟았습니다.
8 월도 아니고 6 월에 이렇게 더운 날씨는 처음입니다.
이틀 정도 비가 와서 조금 시원해 졌는가 싶더니
오늘 다시 29 도까지 올랐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제법 많은 꼬마들이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7월 1 일
캐나다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시청공원에 갔습니다.
1867년 7 월 1 일,
오랜 영제강점기에서 반토막 해방이 되어 자치권을 획득한 날 입니다.
항영 (항일이 아니고) 무장투쟁 노선을 견지한 미국과는 달리
영국과의 전쟁없는 점진적 분리독립노선을 채택하여
실제로는 1951 년에 와서야
대영제국의 왕국신민신세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국기,그림펜, 지도,
FIFA 월드컵 여자축구 응원할 때 쓰는 짤짤이 박수기 같은 것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저는 태극기든 성조기든 메이플기든 국기를 생래적으로 싫어하므로
메이플기는 받지 않고 짤짤이 박수기만 하나 받아왔습니다.
손잡이를 들고 흔들면 짝짝 짝짝짝 하고 박수치는 소리가 납니다.
딱히
가지고 싶은 물건은 아닌데 공짜로 주니까 그냥 받았습니다.
싸르니아의 짤짤이 박수기
저 짤짤이 박수기를 보자 불현듯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축구경기든 뭐든 나라간 경기를 할 때
어느 나라를 응원할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오늘 처음 든 의문은 아니고 예전부터 가져왔던 의문입니다.
하긴 아이스하키를 제외하면 딱히 잘하는 국제운동종목이 없으니
캐나다와 자기네 모국이 스펙터클하게 대결할 기회도 별로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의문은 의문입니다.
참고로,,
이 나라에는 ethnic 주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영국계라야
전체 인구의 20 퍼센트 (약 6 백 50만 명)을 넘지 않습니다.
캐나다 전체 인구 3 천 3 백 만 명 중 80 퍼센트는
2 백 여 개국에서 모인 사람들이거나
그들의 몇 대 안 내려가는 자손들입니다.
미국처럼
인종의 용광로 안에서
미국적 가치로 함께 녹아주십사 요구하는 나라도 아니고,
각자 자기 츨신국가의 문화와 전통,그리고 언어를 유지하며
오만가지 색깔의 공존을 추구하는 모자익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멋져보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영락없는 콩가루 나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용하는 모국어와 출신국가는 서로 달라도
오늘만큼은
한 핏줄을 나눈 가족 처럼 모여서 즐겨봅니다.
유모차에 메이플기를 잔뜩 꽂은 여인은 아마도 홍콩 출신 아닐까요?
머리에 메이플기 두 개를 매단 소녀는 여기서 태어났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아르메니안 2 세 정도 되겠지요.
뒤통수에 메이플기 한 개를 꽂은 이 유모차 아줌마는 서교동 스타일이군요.
어떻게 알았느냐구요?
동족은 그냥 알아봅니다.
자세히보니 오른쪽 볼에도 메이플을 그려넣으셨군요.
이 할머니들은 어디서 오셨는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은 중국같은데,,
원피스문양이 특이하다고요?
캐나다 문화정책인 모자익을 상징하는 복장 같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국가’ 라는 개념은
민족국가에서의 국가라는 개념하고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민족국가가 아닌 미국하고도 많이 다릅니다.
미국은 세계를 자신들의 가치로 통제해야 한다는
제국의 관념이 지배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자국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강조하고
심지어 자동차 이름에도 애국자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지만(Jeep Patriot),
캐나다 사람들에게 국가란
그저 ‘함께 사는 공동체’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
-------------------------------------------------------------
참, 캐나다를 여행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해
새 세관신고서 작성 tip 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예전 세관신고서에는
‘I am (We are) bringing into Canada 아레 있는 여섯가지 항목에
무턱대고 No 에다가 체크마크를 했는데,
이젠 그러면 안 됩니다.
(사진이 흔들렸으니까 사진 아래에 있는 설명을 읽으세요)
세 번 째 항목이 예전에는
Meat/meat products; dairy products; fruits;
vegetables; seeds; nuts; plants and animals or their
parts/products; cut flowers; soil; wood/wood
products; birds; insects
뿐이었다가 보시다시피 아래 문장이 추가되었습니다.
product or by product of any of the foregoing
따라서 여러분이 위 항목에 해당하는 재료의 2 차 가공식품,
예를들면 김치,말린고사리, 말린호박, 말린취나물
심지어 포장지에 밤이 크게 그려져 있는 해태 밤연양갱을 가지고 들어오신다면
저 세 번 째 항목에 Yes 라고 표기 하셔야 합니다.
생선은 상관 없습니다.
저는 이번에 새로 추가된 저 문장을 보고
저 항목에 대답표시를 안 하고 비워두었다가 입국장에서 물어봤습니다.
밴쿠버 국제공항 입국심사관은 한국인 같았는데,
여권에 적힌 이름을 보고 “한국인 이세요?” 한마디 묻고는
다른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지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국분이세요 라는 질문은 들어봤어도
한국인이세요 하는 말은 또 처음 들어봤습니다.
저 항목에 예스 표기하고
생육이나 생농산물이 아닌 이상 입국심사관은
저 항목 위에 빨간색 마커로 ‘OK’ 표시를 합니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여 짐을 찾은 후
입국장 마지막 문 앞에 문지기처럼 서 있는 세관 직원에게 저 카드를 주면,
세관원은 세 번 째 항목에 Yes 표기를 한 카드를 보고나서
“참 정직하신 분이군요” 하는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통과시켜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