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시 감상) 청동물고기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8193 작성일 2015-07-13 06:38 조회수 1782

 

청동물고기 / 허영숙

흔들려야 바람을 읽을 수 있는 산사 추녀 끝 저 청동물고기는 몇 백 년 전쯤 내가 단청장이였을 때 매단 것인지도 모른다 일주문 밖에서 반배를 올리던 목련 봉오리처럼 참한 곡선을 지닌 너를 본 후 가슴에 사모의 별지화를 그려두고 너를 칠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추녀아래 긴 목 빼고 붓질하는 나를 소리가 날 때마다 올려다보라고 매달았을지도 모를 청동물고기 너는 목련처럼 내게 짧게 피었다 사라지고 붓끝을 따라다니던 내 간절한 기도도 사라지고 달의 옆구리를 돌아 나오는 몇 겁을 지나, 절터 한 귀퉁이 연못의 붉은 잉어로 다시 태어난 내가 몇 백년 전의 숨결을 물고 흔들리는 청동물고기를 올려다보는 밤 달빛에 숨구멍이 모조리 말라 추녀 끝 청동물고기되어 매달린다면 바람으로라도 한 번 쯤 나를 읽어달라고 온 몸 휘저어 물결의 산조로 너를 부르는 그 때 연못가 백목련 꽃잎이 한 잎 두 잎 고름을 풀며 물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별지화別枝畵 : 사찰 단청시 쓰이는 회화적 기법의 장식화

 
          


free_1_1432364160.jpg

경북 포항 출생 부산여대 졸 2006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詩集, <바코드 2010> <시마을> 同人

-----------------------

<감상 & 생각> 저에게 있어, 사찰寺刹은 그 어떤 종교적인 장소의 의미보다도 포근한 장소로서의 의미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어릴 적에 독실한 불자佛子이셨던 외할머니의 손길에 이끌려 절을 많이 찾았던 기억에 연유緣由하는 것 같고 특히 기억에 남는 사찰은 집에서 가까왔던 서울 안국동安國洞에 자리한 '선학원禪學院'이었는데, 늘 고요한 곳이란 느낌이었죠 (근데, 무작정 고요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선학원에 무지 살찐 스님이 한 분 계셨었는데 어느 날, 그 스님보고 저게 바로 전생에 못먹어 굶어 죽은 <아귀餓鬼귀신>이라 했다가 머리에 김 나도록 스님에게 매를 엄청 맞았던 기억도..) - 웃음 각설却說하고 시를 읽으며, 전생前生에 단청장이었을 때 사모思慕의 흔적으로 남긴 '청동물고기'를 바라보는 '붉은 잉어'의 고적孤寂한 시선 때문인지 몰라도... 그냥, 그렇게 저 역시 어릴 적의 포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네요 오늘 소개하는 시는 시적 대상對象과 화자話者의 의식意識간에 유려流麗한 조화가 일구어 낸, 한 편의 '고요한 아름다움'이라 할까요 시 . 공간의 차원을 뛰어넘어 먼 세월을 딛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영겁永劫의 바람결에 실린) 그리움의 깊은 정서情緖도 참 좋은 느낌으로 자리합니다 어쩌면 다소, 환상幻想적인 분위기도 느껴져서 그 환상 속으로 시인의 모든 감각이 빨려 들어간 듯한 인상도 있지만... 어차피, 시가 서로 차원이 다른 복수複數의 시 . 공간을 택하고 있기에 불가피한 시적 구도構圖인 것도 같네요 이 詩를 감상하면서, 언어가 한 생명을 획득하기까지 그 언어는 얼마나 오래 동안 시인의 가슴 속에서 아프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됩니다 - 희선,

 

 

 

    
 1191527056.jpg
何月歌
                                        
                                      
                                      
                                       

0           0
 
다음글 캘거리코리안아트클럽에서 \'가야금과 민요\' 반을 시작합니다.
이전글 자전거 여행.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웨스트젯 인천행 직항, 내년 주..
  주말 앨버타 전역에 폭설 - 캘.. +1
  캘거리 한인 약사, 개인 정보 .. +1
  (CN 주말 단신) “버림 받은..
  주정부 공지) 예방접종, 정부서..
  캘거리 SE 마호가니 타운하우스..
  에드먼튼 버스 정류장 쉘터에서 ..
  캘거리 NE 프랭클린 역 주차장..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