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만든 인조국화
사각사각 풀 먹인 흰 종이로 꽃잎 만들고
마른 침묵 오려서 푸른 잎새
만들었네
네가 탄생되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울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밤이면 밤마다 우리 집 거실에는
뻐꾸기가 새벽까지 울어대었네
아침이면 한 치(値) 앞도 잘 모르는
회색 빛 안개, 블라인드 속에서
내 꿈 속의 스모그는 깊어만 가고
아, 하루가 까마득한 나의 가시거리(可視距離)는
너를 다시 내 안에 소생키 위해
하루 한 나절, 분무기로 뿜어보는 어설픈 참회
봄비처럼 낙화하는 네 슬픈 약속이여!
인생이란 그렇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서글픈 과녁
언제나 엇나가는 화살 속에서
우리 진실 사위어 가네
난 네가 만든 인조 국화
밤이면 밤마다 우리집 거실에는
쉰 목소리 뻐꾸기 울어대었네
홍수희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 현재 부산 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부산 여성문학인회 회원 시집으로 '달력 속의 노을'(빛남출판사)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도서출판 띠앗, 2003년)等 제2회 <이육사 문학상> 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