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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는 지인으로 부터 자기는 영어이름이 없는데 어떤 이름이 좋겠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제 대답은 좋은 한국이름이 있으시고 그렇게 발음하기 어렵지도 않는데 그냥 쓰시는게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위를 보면 상당수의 한국분들이 본인 이름이외에 영어이름이 가집니다. 그리고 없으신분은 윗분처럼 가지시려는 분도 많고요. 이것은 여기 뿐 아니라 한국내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됩니다.
많은 분들은 영어이름을 선택하려는 이유가 "다른나라 사람들이 발음하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름이 잘 기억되었으면 해서", "이력서를 넣을때 좀 걸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혹자는 "좀 세련되 보이게" 로 압축되는것 같습니다.
주위를 한번 보면, (특히 여러나라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는 사무실) 영어이름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크게 중국, 대만, 베트남 그리고 한국인 등으로 압축이 됩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중 대부분이 영어권 국가 식민지를 겪은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영어이름을 많이 들 쓰고 있고요. 싱가폴은 영어가 1 국어라 이해합니다.
재미있는것은 인도인들. 그렇게 복잡하고 긴 이름도 꼭 자기 이름을 쓴다는것.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도 대부분 인도이름을 가지고 3세정도 되어야 영어이름을 가지고 되더군요.
상당히 어렵다면 간결하게 앞 한두 음만 줄여서 쓴다는것.
인도인과 같은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일본인.
저는 외국에 있는 일본인 중 영어이름을 쓰는 사람은 한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보는 영어이름을 쓰는 일본인들은 본적이 있는데, 이들은 전혀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3-4세정도이며 (이것은 하와이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이민 1세대들은 2세대인 자식에게 대부분 일본식이름을 지어줍니다. 가끔 일본식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영어가 서툴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도 경험한적이 있고요.
또한 비영어권 유럽인, 중동, 남미인들은 자기나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Sergey, Tatyana, Francois, Muhammad 등등.
앨버타가 불황이지만 오일경기와는 상관없는곳 소프트웨어 분야라 아직도 꾸준히 사람을 뽑고 있습니다. 이분야는다른 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고 여기 캐나다인 뿐 아니라 인도, 유럽, 중국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테크니컬은 부분은 둘째 치고 일단 다른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과 더불어 우리들과 잘 어울릴수 있는가 등이 사람을 선택하는데 가장 첫번째 기준이 되는것은 보편적입니다.
이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던 기억들을 되살펴 보면 기억에 남는 두명이 있습니다.
영어first name 과 중국 last name 을 가진 사람을 이력서는 보면 이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지 예측하려면 어디서 학교를 나왔는지를 보면 대충 예측이 맞습니다.
그중 영어 first name을 가지고 여기서 학교를 나온 젊은 친구를 인터뷰 본적이 있는데.
인터뷰 전에 이 친구는 커뮤니케이션도 잘 될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상당히 알아듣기도 힘들고 영어 수준이 기대이하였습니다.
영어이름과 여기 학교를 다니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커서였던지 그사람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 이라는 기억이 강하게 남게 되더군요.
다른 지원자는 중국식 Q 로 시작하는 first name (발음하기도 힘듦) 과 X 로 시작하는 last name (이것도 발음하기 힘듦) 을 가진 사람인데, 인터뷰전 역시는 별 기대는 않되더군요. 첫번째 영어이름지원자의 영향도 있겠지만. 인터뷰 첫번째 질문이 "널 어떻게 부르면 되냐?" 였습니다.
당연히 중국어 액센트가 있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꽤 오래생활을 한지라 표현도 여기식으로 세련된 표현과 차분한 말투로 일관했습니다.
그친구의 대한 그때 기억은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영어를 잘 하는 친구" 이라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다들 결과는 이친구와 일해보고 싶다였죠.
예전에 Food TV 에서 Chef들이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에 어떤 사람이 기억이 나는데 전혀 영어를 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그사람은 자기나라 말을 하고 영어로 subscription 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사람 이름은 뜻밖에도 John. 저는 속으로 "저런 사람도 존 이네. 저럴거면 차라리 그냥 자기 본명을 쓰고 나오는게 낫지 않나"
예전에 일본인에게 물어봤습니다. 영어이름 쓰는것은 어떻냐고. 대답은 "쑥쓰럽고 이상하다" 였습니다.
우리들이 착각하는것중 하나가 "남들이 기억하기 힘들거다 "라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는거 같습니다. 오히려 "특이해서 기억하기 좋다. 재미있어서 좋다" 많이 듣습니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친구중 본명이 길도 (Gildo) 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친구는 Gil 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그친구 이름이 Dildo 와 비슷하게 들리게 때문입니다. (이게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은 Dildo 로 구글링 해보시길 -_-)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영어권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고, Gildo 친구와 같은 이름을 가지 않았다면, 본인의 이름을 쓰는게 요즘은 더 근사해보이지 않나 합니다.
'만득 김 (Man Duk Kim)' 씨가 그 이름과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는 John 이라는 영어이름을 써서 자기를 john으로 불러달라는것이 오히려 더 우스꽝 스러워 보이지 않나 합니다.
저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도 아닙니다만 한국식 이름이 여기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게 좀 더 익숙해져서 홍길동 하면 "이친구는 한국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본명이 영어이름과 비슷한 것이 있다면 좋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본명을 쓰거나, 본명이 정 발음하기 힘들다면 이니셜만 쓰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first name 에 앞자나 뒷자를 쓰는 방법등 다양합니다. 굳이 영어이름을 가지려고 고민 할 필요도 없고요.
앞서서 말씀드린 그 지인은 밖의 일은 따로 하시지 않으시는 가정주부시라 그분께서 제 의견이 그분을 무시하는 투로 들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분이 진짜 이름이 불려지는게 더 멋지게 보일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일 그래도 영어이름을 정말로 가지고 싶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시기면 가장 쉽게 결론을 내리실수 있지 않나 합니다.
생각보다 영어를 못하는 'John' 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아니면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하는 '만득이' 로 기억되고 싶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