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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르니아의 생가
태어나서 자랐던 집이 옛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건 흐믓한 일이다. 더우기 서울에서 자기 생가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하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2009 년 가을, 난데없이 궁금한 마음이 들어 가 본 이후 6 년 만에 다시 찾은 나의 생가는 천만뜻밖에도 예쁜 카페로 변신해 있었다. 혹시나해서 붙어 있는 주소를 확인했다. 종로구 안국동 1X3 번지, 틀림없는 그 집이었다.
요즘 한국 주소가 예전과는 다른 형식으로 바뀌었다는데, 이 집은 주소가 바뀌지 않은 채 옛 주소 그대로 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 년대 선친이 새로 지으셨다는 이 집은 적어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적 한계인 1960 년대 후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카페가 되었으니 손님으로 들어가서 주인하고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남의 영업장에 들어가 '여기가 실은 옛날에 우리집이었는데' 어쩌구,,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카페 앞에 세워진 "테이크아웃 이천원 할인됩니다" 라는 광고로 보아 커피 한 잔에 만 원 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창림이네 집은 한옥이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섰다. 역시 카페간판이 달려있다. 6 년 전만 해도 113 번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집들이 한옥이었는데 지금은 개발제한구역에서 풀렸는지 새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뒷쪽으로 빌라도 보인다.
혹시 아래 사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다.
싸르니아가 작년에 광화문에서 서예가 순담선생에게 휘호를 부탁했었다.
부탁했던 글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였는데,
순담선생께서 그 때 휘호를 잘못 쓰셨다. 오른손도 알게 하라'를 '오른손도 하게 하라" 로 쓴 것이다.
만 1 년 만에 우연히 순담선생을 광화문에서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가서 휘호를 부탁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싸르니아가 내민 휘호문을 본 선생은 1 년 전 그 때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저,, 성경에서는..." 하고 운을 떼었다.
내가 말을 막았다.
"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라고 되어 있지요. 근데 그건 예수선생 말이고, 저는 예수선생 말이 아닌 제 말을 휘호에 담아 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다만 예수선생의 저작권을 존중해서 오른손 대신 왼손을 문장 앞에 넣었습니다만......"
순담선생은 1 년 만에 불쑥 나타난 싸르니아에게 새 휘호를 써 주셨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휘호를 받아가지고 왔다.
순담선생이 1 년 만에 다시 나타난 싸르니아를 위해 새 휘호를 쓰고 있다.
완성작
누군가에게 받은 프레임드 우드컷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일행이나 길을 잃어버렸을 때 활용하는 비상집합장소다.
위 사진은 스태츄 오브 그레이 제너럴
아래 사진은 세덴터리 골든 킹
다시 올라가 본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 층
덕수궁의 단풍, 작년 이맘때보다는 물이 조금 덜 들었다.
위 사진은 1897 년 건축된 정동교회
아래 사진 중 덕수궁 뒤에 있는 붉은 지붕 건물은 성공회 서울교구 대성당이다. 성공회 서울교구 정동 대성당은 1987 년 6 월항쟁 대열의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두 건물 모두 각각 문화재와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