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감상] 굴뚝 그 연기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8752 작성일 2016-01-11 08:21 조회수 1660



Calgary , Bow River




굴뚝 그 연기 / 조윤하


낮은 집들의 지붕 위로
눈 내린 흰 아침

문득 돌아와 앉는
내 유년의 들판에
보라빛 연기 한 올
낮게 치대며 내려와
저녁 솥 낱알 익는 냄새는
처마밑 어린 새들을 불러 모았고

무슨 일엔가들
분망했던
일상의 수고는
아궁이 속 피어오르는
저녁으로 내려놓던
그 많은 정담(情談)들

이제
아득한 강물로 흘러
실개천 감던
생솔가지 코밑 냄새는
어느 바람에 엎혀 갔는가

오늘
낯선 땅
마른 뼈 우뚝
키재기로 서 있는
다운타운 높은 건물 위
검은새 등에 올라
막 풀어헤친
여인의 머리채
너울대는 날갯짓

억겁의
해오름의 자린
여전히 밝건만
문명의 사발로 마신 검은 피
토해내는 연기에
하늘 속 깊은 대기층은
잔기침 바튼데

내 그리움은
다시 낮은 굴뚝
자작나무 솔가지 타는
청보라 매운 연기여,






평북 용천 출생
8.15 해방 이듬 해 임진강을 넘다
서울여상(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졸업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59년 <자유문학> 詩부문으로 등단
1991년 캐나다로 이민
캘거리 문인협회 회원

------------------------ 

  

<감상 & 생각>

언제나 짧았던 가을은 금세 생략되었고 항상 그랬듯이
해마다 어김없이 9월에 내리는 눈을 맞이했다,

이듬해 5월까지 내릴 눈을..

시인이 머무는 캐나다 '캘거리 Calgary'라는 곳은
일년 중 3분의 2가 겨울이라고 해도 과언過言은
아닐만큼, 동토凍土의 땅이다.

한 겨울엔 영하 30 ~ 40도의 혹한酷寒.
눈도 엄청, 많이 내리는 곳.
(한 번 내렸다 하면, 보통 30cm 이상 - 한국의 가벼운 눈에 비한다면 가히 메가톤급)


따라서, 눈 내린 풍경은 시인의 눈에 너무 익숙한 것이고
<캘거리안 Calgarian>이라면 그 누구나의 가슴에
지워질 수 없는 특유의 심상心象으로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각설却說하고.

이 시는 비교적 평이한 진술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현재와 과거라는 두개의 병렬적인 의식공간을 '눈 내린 풍경'과
빌딩이 내뿜는 '굴뚝의 연기'가 제공하는 단위공간 위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있어 다소 긴 호흡의 이 시詩를
지루하게 하지않고 있는 것 같다.

외로운 이민생활 속에서 어느 겨울 날,
눈 내린 풍경 속에 유년 시절의 향수鄕愁가 자아내는
그리움의 세계를 시인의 내부로 고요히 끌어들이는
시적 치환置換의 과정이 인상적이다.

오늘/ 낯선 땅/ 마른 뼈 우뚝/
키재기로/ 서 있는/ 다운타운 높은 건물 위/
검은새 등에 올라/막 풀어헤친/ 여인의 머리채/
너울대는 날갯짓

즉, 이 시에서는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한계적인 삶과 다정다감한 정情의 실체가 서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융합하고 있는지를 그 심미적 정조情操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고...

또한,
종결로의 점층적 압축에 따른 암유적暗喩的인 언어의 울림이
정말 아름답고도 구슬픈 선율인 것처럼 느껴진다.

억겁의
해오름의 자린
여전히 밝건만
문명의 사발로 마신 검은 피
토해내는 연기에
하늘 속 깊은 대기층은
잔기침 바튼데

내 그리움은
다시 낮은 굴뚝
자작나무 솔가지 타는
청보라 매운 연기여,

마치, 한 폭의 정갈한 풍경화를 대하는 느낌의
긴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에 자리한다.
이런 면을 보자면 결국 시에 있어 '이미지'라는 것은
언어로 그리는 심적회화心的繪畵임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고.

무릇, 詩가 우리의 가슴에 직접적으로 호소해 오는 것은
꼭이 의미심장한 시어詩語나 매끄러운 운율로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 주제와
그에 의해 구현되는 시적 '울림, 共鳴'에 있는 게 아닐지...

한편, 이 시를 읽으며 느껴지는 것은
시인의 '삶과 그리움'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視線이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삶에 있어 근원적인 향수에 대한
연민과 그에 따른 잔잔한 감동의 느낌을 동시에 갖게 한다는 점.

즉, 한정限定된 삶이
그것에 드리워진 피할 수 없는 슬픔을 넘어갈 때마다
내지르는 아픈 신음에서 읽는 이는 오히려 그 어떤
역설적逆說的인 소망과 함께 숙성한 아픔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 희선,




Le premier amour - Emiri


1           0
 
다음글 shaw business 프로모션 나왔다는데...뒷북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전글 바람의 나이테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웨스트젯 인천행 직항, 내년 주..
  주말 앨버타 전역에 폭설 - 캘.. +1
  (CN 주말 단신) “버림 받은..
  캘거리 한인 약사, 개인 정보 .. +1
  주정부 공지) 예방접종, 정부서..
  캘거리 SE 마호가니 타운하우스..
  에드먼튼 버스 정류장 쉘터에서 ..
  캘거리 NE 프랭클린 역 주차장..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