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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의 떠나심을 추모하며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8765 작성일 2016-01-16 12:12 조회수 2191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시절 통혁당 사건 무기수로 20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풀려나와 성공회대학 교수로 제직했던 신영복 교수가 어제 떠나셨다. 신 교수가 남긴 책들 중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1998년) 서울에서 11개국 기독교 교회 대표들이 모여 '한반도 평화통일 심포지움'을 열었을 때캐나다연합교회 대표로 참석했다. 그 때에 신영복 교수가 초대되어 '관계론과 존재론'이란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신 교수의 강연은 나의 신학과 신앙이 새롭게 눈을 뜨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인용해서 자신이 감옥에서 깨달은 '관계론'을 밝혔다. '야간 비행' 이야기 중에 아프리카 사막에서 조난당한 비행기 조종사는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기 보다는 집에서 자신 때문에 심하게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누가 조난자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조종사는 사막 한 폭판에 떨어진 자신이 조난자가 아니라, 집에서 나를 위해 걱정하고 있는 가족들이 조난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 교수는 강연에서 고백하기를 사형선고에서 무기수로 감옥생활하면서 언제 세상으로 나갈지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자신이 조난자가 아니라, 집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조난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기적인 욕심과 생존의 두려움이라는 '존재론'을 떠나 보내고, 다른 사람들의 웰빙을 가장 우선적으로 걱정하는 '관계론'을 강조했다.

강연의 결론에서 신 교수는 남북한 통일에 대하여 무력적으로 남한 만이 생존하는 통일, 군사적으로 남한이 북한을 점령하고 통제하는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불행하다고 평화통일의 '상호의존관계론'을 천명했다. 한반도에 반드시 남북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남북한이 동서독 통일처럼 관계론적인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남북한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라는 통일의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남한 정부는 대북한 정책을 신 교수의 관계론에 입각해서 수정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 정책'은 남북한 상호존중하는 관계론의 정책이었다.     

나는 신영복 교수의 관계론에서 기독교 교회의 세계복음화의 오류와 모순을 발견했다. 사실상 21세기에 전 세계를 기독교화하는 존재론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세계의 미래의 물결은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함을 환영하는 우주적 세계관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독교가 세계를 제패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는 어느 특정 종교나 인종이 세계를 통제할 수 없는 관계론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인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던 큰 등불이 꺼졌다.
신영복 교수의 정신이 후세대들에게 끊임없이 전승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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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board  |  2016-01-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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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정책이 아니라 햇볕정책입니다. 밝기가 아닌 온도를 강조한 정책이었지요.
통일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가치는 평화정착입니다.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전쟁당사국인 북코리아와 미국간에 국교수립 및 평화협정과 남북간-북미간 상호불가침조약이 성사되어야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보수정권들이 이를 거부해 왔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북은 결국 전쟁억지력을 자력으로 확보했습니다. 그들로서는 전화위복이 된 셈 입니다.
문제는 남북간 군사력 비대칭 현상이 발생하는 바람에 남한정권의 대미의존과 자주성 상실이 점점 더 심화되게 생겼다는 것 입니다.
남한에 자주적 정권이 등장하고 그 자주적 정권이 무력의 비대칭 현상을 극복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야말로 코리아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 입니다.

bwokbwok18  |  2016-01-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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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의 가치관과 저희들 에게 주는 메시지를 아주 쉽게 다가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분의 목소리가 맴도는듯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항상 목사님의 글을 읽고 우리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안희선  |  2016-01-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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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을 간명히 말하자면, 살아있는 양심과 지성이라 할까

이 시대의 훌륭한 스승 한분을 여읜 느낌이에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estforest  |  2016-01-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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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은 뼈속 깊이 좌파죠.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좌파. 이미 419 혁명 이후에 원전 세미나(마르크스 레닌주의) 를 시작하셨고 광범위한 학생운동을 조직하신 분이죠.

당시 1960년대 학생운동의 뿌리가 되신분이자 이후 가깝게는 반유신 학생운동 및 멀게는 NL PD 사구체 논쟁의 맹아가 되신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통혁당 조작 사건에 연루되신 것이고.. 그 분이 공부하고 번역해보던 것들은 공산주의 폭력혁명분자로 몰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였죠. 그 분은 실제로 통일전선전술의 신봉자였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에게 완전성으로 가는 지식인의 좌표를 제시한 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분의 인상은 우선 매우 온화하죠. 仁 의 화신이라해도 좋을만치.

그 분의 옥중 서신은 이호철 소설가가 표현한 것처럼 공자를 읽는 맛이라 했습니다. 어려운 중에 상호 존중하며 공동체의 선을 향해 함께 인류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이 것은 경쟁과 반목과 질시와 다툼 속에서 이기적 선택만 강요받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엘리트 주의에 물든 한국 진보들 중에 이런 분 얼마나 될지..




philby  |  2016-01-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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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이명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국은 그 자체가 거대한 감옥이지요. 신영복 선생은 돌아가심으로 출옥하신겁니다. 사색을 마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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