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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와 화장에 대하여 _ 자해 김복례 ( 캘거리 한인문인협회회원)
어느 날 저녁상을 물리고 TV에서 뉴스를 보다가 묘지와 화장에 대한 토론방송을 보게 되었다. 여기서는 찬반여부를 가리는데 대체로 신세대는 화장을, 기성세대들은 분묘에 찬성하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분묘(墳墓)제도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묘지는 조상을 기리고 자손들의 복운(福雲)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상징물이므로 관습대로 유지해야한다는 쪽과 비좁은 국토와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묘지를 쓸 공간이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여 화장(火葬)해야 한다는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양쪽 모두 일리있는 주장이어서 이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해도 분묘 유지 쪽이 압도적 우세였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화장을 찬성함으로써 이 논쟁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어느 대학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에게는 중요한 것은 살아 있을 때의 삶이지 죽은 뒤 영혼이 떠나버린 죽음이 차지하는 공간이 아니다. 땅속에 묻히면 언젠가는 다 썩어서 흙이 될 뿐이다. 따라서 화장하여 재가 되는 것이나 흙으로 돌아가기는 매일반이 아닌 가”라고.
지금 우리나라 산들은 무덤으로 가득 차 몸살을 앓고 있다. 그로 인한 자연훼손이 심각한 상태이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자신이 죽으면 시체가 없어서 실습을 제대로 못하는 의과대학 실험용으로 몸을 기증하여 의학 발전에 기여한 후 화장으로 처리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참으로 죽은 후에도 존경받을 만한 생각을 한 것이다 .
그러나 우리 부부는 둘다 분묘를 찬성한다. 왜냐면 나에게는 힘들고 괴로울 때 찾아가서 하소연하며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친정부모님의 산소가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6. 25동란때 비운에 돌아가시어 화장을 하였던 탓에 어머니 역시 화장을 하라는 유언에 따라 그렇게 장례를 치루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염두에 두셨기 때문이리라.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하여 강물에 띄워 보내던 날, 한 맺힌 심사를 가눌 길 없어 담배를 배우게 되었다는 어머니. 그 아프고 처절한 심정을 깨닫게 된 것은 실로 어머니가 떠나신 이후였다. 49제를 마치고 나니 사찰에라도 남아 있던 어머니의 외형적인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절절한 허무감에 그냥 허허벌판에 주저앉아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덤을 쓰겠다. 작정했다.
내가 죽으면 자주 찾아올 수 있는 양지바른 곳에다 묻어달라고 자식들에게 미리 말해 두었다. 남편과 나는 외곽지역을 나들이 하면서 잘 단장해놓은 묘지를 보면 부러워서 저 집 자손들은 효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자책한다. 한참을 가다보니 어느 묘지 하나가 보인다.
우리는 묘지 앞에 차를 세우고 먼발치에서 올려다보니 이름모를 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 은은한 향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빨강, 노랑색 꽃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어느 여인의 화신처럼 보였다.
솔잎 향이 풍겨나는 샛길을 타고 올라가보니 묘지 마다 효의 상징이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세운 묘비가 눈에 들어온다. 남편은 멀리 있다는 핑계로 10년 동안 한번도 부모님 산소에 찾아가보지 못함을 주정처럼 반복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불쑥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뭉클해지는 설움을 토해내듯 흙을 한줌 쥐고 어머니! 하고 마음속으로 불렀다.
먼 창공에서 맴돌고 있는 이름 모를 새 소리만이 응어리진 마음을 어루만져줄 뿐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은 내 표정을 알고 슬며시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내 자식들에게는 이런 설움을 안겨주지 않으려고. 어떤 것이 옳다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 절충적인 대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양의 경우처럼 잘 다듬어진 공원묘지도 있지 않는가, 화장하여 조그마한 항아리에 유골을 넣고 묘비를 세워 가족들이 언제든지 즐겁게 나들이 할 수 있는 공원 같은 곳 말이다. 자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와 그리운 할아버지 할머니를 회상하며 하루를 보내고 갈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지만 묘 자리를 택지함에 있어 명당자리만을 선호하는 우리네의 오래된 사고방식이 쉽게 바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실 나 자신도 미래의 국토를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인 생각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식들과의 유대를 이어주는 정 의 끈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에서 이렇게 시대 역행적인 생각에 잠겨 보는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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