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다운타운 무료승차구간’ 45년 만에 유료화 전환되나 - 포틀랜드·시애틀도 포기했다… ‘프리존’ 유지냐 폐지냐
이동권 보장 vs 치안 공백 해소 '여론 팽팽', 시, 시민 의견 수렴 마치고 이달 말 발표
사진 출처 : 캘거리 헤럴드
(이정화 기자) 캘거리 도심의 상징이자 40년 전통의 ‘대중교통 무료 구역(Free Fare Zone)’이 존폐 기로에 섰다. 최근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주요 후원사의 조기 계약 종료에 따른 재정 부담이 맞물리면서 '프리존' 운영 방식을 두고 정책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 C트레인 ‘프리존’ 정책 재검토 착수
캘거리 트랜짓(Calgary Transit)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8일까지 ‘다운타운 무료 요금 구역’ 유지 여부에 관한 시민 의견 조사를 진행했다. 1981년 도입 이후 도심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이 제도가 약 40년 만에 전면 재검토 단계에 들어섰다.
무료 요금 구역은 다운타운 웨스트 커비(West Kerby)역부터 시청(City Hall)역까지 이어지는 7번 애비뉴(7 Avenue) CTrain 구간에 적용된다. 이 구간에서는 승객이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고 열차를 이용할 수 있어 짧은 거리 이동이나 도심 상권 접근을 돕는 장치로 활용돼 왔다.
이번 조사는 다운타운 인구 증가와 이동 패턴 변화 등을 반영해 제도 운영 방식의 적절성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다. 시는 도시 구조 변화에 따른 정책 점검이라고 설명했지만 올해 단행된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맞물린 재정 부담 문제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앞서 캘거리 대중교통 요금은 일반 승객은 물론 저소득층, 청소년, 노인 대상 할인 요금까지 모두 인상됐다. 대다수 시민이 비용 부담 증가를 감내하는 상황에서 도심 핵심 구간의 ‘프리존’ 유지 여부를 두고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재정적 지지대도 흔들리고 있다. 작년 11월 TD은행이 무료 구역 명명권 후원 계약을 예정보다 2년 앞당겨 조기 종료했다. 후원 주체가 사라지면서 무료 구역 운영에 따른 재정 부담을 시가 자체적으로 떠안게 됐다.
■ 캘거리시 "이달 말 요금 수입 정책 업데이트"
그동안 프리존은 이용자들에게 짧은 거리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치안 문제와 직결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다운타운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겨울철에는 짧은 거리 이동도 쉽지 않다”면서 “프리존이 유료화된다면 다운타운의 큰 메리트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레인을 매일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무료 구간이 사실상 노숙인들의 대피소나 범죄 사각지대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며 “차라리 요금을 징수해 그 재원으로 보안 인력을 늘리는 등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미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논쟁을 겪었다. 미국 포틀랜드와 캐나다 시애틀 등은 한때 도심 무료 구간을 운영했지만 재정 부담과 치안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제도를 폐지하거나 유료화로 전환했다.
캘거리시는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 '요금 수입 정책(Fare Revenue Policy)' 업데이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 당국은 "당분간 새로운 명명권 파트너를 찾기보다 공정한 요금 체계 구축과 시스템 유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도심 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무료 구간이 사회적 요구와 재정 현실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을지, 시의 최종 결정에 시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