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앞에서 - 필름 카메라로 쓴 시 - 연작 9
글 + 사진 : 원주희 ( 캘거리 문협 )
세 개의 봉우리 앞에
빈 의자가 놓여 있다.
인간의 몸은 앉을 자리를 찾지만
존재의 마음은
머물 자리를 찾는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이 언덕에서
나는 시간을 내려놓는다.
발걸음은 오늘의 것이지만
숨결 속에는
먼 조상들의 시간이 흐른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떤 바람이 우리를 이 땅,
Canadian Rockies의 깊은 숲과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Calgary의 평원으로
이끌어 놓았는가.
눈이 흩날리고
비가 몰아쳐도
의자는 묵묵히 기다린다.
존재가 잠시 몸을 내려놓고
자신의 기원을 묻기를.
저 산, 세 자매는
말없이 서 있는 오래된 문장이다.
희생과 사랑, 그리고 봉사라는
인간의 오래된 덕목을
암석의 언어로 기록한 문장.
그래서 사람들은
이 언덕에 와서 앉는다.
숲의 호흡과
산의 침묵 사이에서
잠시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돌아갈 존재인지
조용히 묵상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