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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 지전

작성자 시내 운 게시물번호 -1633 작성일 2005-08-06 21:26 조회수 1433

 
애물 지전
 
                    시내  운
 
노동 품 파노라면
굽은등에  흥건히 맺히는 땀
부르튼 입술에 스민 피 멍울
소금에 쩔은 노동의 향기
찌든 수건으로 닥아내고
엄지 검지에 침 묻히며
삯을 셈할때
애물 지전위에 어른대는
선술집 여인의 붉은 입술
뜨거운 입김으로
지친몸을 끌어 당긴다
 
행상좌판 목에 걸치고
헤집고 다닌
장터마다 별수더냐
소금이나 뿌리자
구멍난 신발 밑창으로
굵은 모래 새어 들어
쩔뚝이며 걷다가
객주(客酒)집 툇마루에
퍼지고 앉아
타는 목구멍에
막 소주나 부어 버리자
 
뜻대로 모아 지지도
욕심대로 긁어 챙기지도 못하는
살아 움직이는 재화(財貨)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연인 처럼
마음을 태우며
신뢰에 금을 긋고
돌아 앉는
애물 지전
요망한 화상 이로다
 
빌려도 주고
꾸어도 보면
인심은 천평의 추 모양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되 돌려 받기
셈하기 어지러우니
마음도 상(傷)하고
주고도
사람 잃고
돈 잃게 하는
야속한
애물지전 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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