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방문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한국 보수논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 자들이 지금 딴 세계에서 살다가 왔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런 의구심은 한심함을 넘어 경악스러움에 가깝다.
'김정은이 대부 시진핑에게 중간점검을 받으러 중국에 간 것'이라느니, '경제제재를 풀어달라고 구걸을 하러 간 것'이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넘어 개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이 판국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냉전세대들에게 안겨진 천형같은 반북이데올로기로 인해 이 자들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세를 올바르게 이해할 줄 아는 혜안은 커녕, 논리적 사고능력과 관련한 기초적인 자질조차 부족한 자들이 국제정치를 공부했거나 신문-방송사에서 기자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아무데나 얼굴을 내밀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아 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천지개벽을 하고 있는 역사적인 전환기에 그런 자들이 발산하는 쓸데없는 소음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그 소음제조기들 중에는 자칭 국제정치학자라는 자들도 있다. 그 중 이 모 라는 자는 입만 열면 "미국이 북한(조선)을 가지고 논다", "전갈(조선을 전갈에 비유)더러 너 독 내놓으면 살려줄게, 하고 놀리는 거다" 운운하는 상스러운 소리를 바보스럽게 늘어놓다가, 지난 달 24 일 이른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냈던 SOS편지'가 발표되자 이 편지의 기본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했는지 배짱좋게도 '6 월 12 일 미북회담(조미회담)은 절대 열리는 일 없을 것이다' 라고 단언을 하기도 했다.
이 국제정치학자라는 자는 그 전부터도 조미회담 가능성을 낮게 본 이론가로 유명했는데, 조미회담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 이너써클 반중-국수주의자 그룹의 새로운 아시아정책과 그 종속변수로서의 대조선 정책이 그 전까지의 미국의 전통적 국가안보전략과 그 궤를 어떻게 달리하고 있는지 눈치조차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증에 다름아니다.
국제정치학자로서 마치 확언처럼 자신만만하게 내뱉은 자신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으면 적어도 자신의 잘못된 예측과 주장으로 인해 상황을 오판했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정중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기본도리일 것이다.
국제정치학자 이 모 라는 자를 비롯하여, 조미회담 후 이런 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자신들의 빗나간 예측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반도(조선반도)정세가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돌아가자, 자신들의 관념과 공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나머지 잠시 조용했다가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역시 김정은은 시진핑의 졸개'운운하며 결국 6.12 조미합의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공상추리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다.
지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서 돌아오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또다시 파블로프의 개처럼 평양으로 득달같이 달려갈거라는 한 가지 사실 뿐이다.
그건 그렇고,,
자유주의자이자 개인주의자인 싸르니아는 기본적으로 조선의 정치 시스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지난 1 월 1 일 부터 조선 지도부가 발휘해 온 걸출한 외교역량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안 할래야 안 할 도리가 없다.
지금까지 한반도(조선반도)에 존재했던 그 숱한 나라들 중 어떤 나라가 주변 강대국들을 상대로 동등하게 담판하여 나라의 생존을 보전하고 정치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그 위상까지 격상시킨 적이 있었을까?
아마 '눈을 까뒤집고 찾아봐도' 김씨 조선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이 문장에서는 조선을 이 씨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김 씨 조선이라고 명명했다)
게다가 지금 조선이 상대하는 나라는 그냥 강대국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했던 강대국 중 전지구적 영향력의 비중에 있어서 인류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초강대국 미국이다.
싸르니아는 지난 11 일 저녁(싱가포르 시각)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풀어내린 헤어스타일을 하고 마리나베이센즈 전망대와 식물원 등을 투어하며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싱가포르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연예인처럼 손을 흔드는 김정은 위원장을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멀지않은 미래에 한반도(조선반도)에는 두 개의 경제대국이 나란히 존재하며 당당하게 협력하면서 공동번영하는 세상이 도래하고야 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핵융합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도 훌륭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제조기술은 우주공학을 포함한 현대과학 거의 전 분야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것이다.
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그 엄청나고도 광대한 기술잠재력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하고도 뛰어난 산업포트폴리오를 능가하고도 남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그런 기술잠재력을 가진 나라가 동굴 안 깊은 곳으로부터 세상 밖으로 나와 힘찬 날갯짓을 하며 자신의 웅지를 펼쳐 나갈 때 어떤 모습으로 어떤 규모로 비상하게 될 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싱가포르 여행기를 40 여 분 짜리 방송으로 만들어 올리면서 폴 모리아 악단이 연주하는 '에게해의 진주'와 'Love is Blue' 등을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문득 저런 배경음악을 선택하는 안목과 솜씨는 어디서 누구에게 배웠을까 하는 궁금함이 일기도 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음악에 조예가 있다고 알려지기는 했지만,
여행기에 배경음악을 접목하는 기술은 분명히 다른 곳에서 배웠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공식직함을 떠나 어떻게 인간적으로 서로 상통하는 관계가 되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사적인 위성전화번호를 주고받고 국가기밀사항인 캐딜락 원의 내부를 보여 준 사건을 두고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깊은 인간적 매력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소문 뿐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오늘 공개됐는데,
백악관 웨스트윙 집무실로 올라가는 벽에 온통 김정은 사진들을 걸어놓았다는 게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전언이다.
금박 프레임으로 장식된 이 여섯 개의 대형 사진들은 한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싱가포르에서 찍은 것들이다.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취합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된 계기는 단독회담 때 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의 대화 주제는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를 완성하려면 그 마지막 절차로 미국과 조선 양국이 각각 한반도(조선반도) 안에 있는 상대의 의심시설에 대해 핵사찰을 해야한다.
둘째, 조선내에서의 사찰은 조선이 신고한 탄두와 시설만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임의로 의심시설에 선정하고 그에 대해 사찰하고자 할 때는 군사보안문제와 함께 주권침해를 둘러싼 반발과 격돌이 발생할 것이고 반발과 격돌이 확산되면 나와 귀하가 하고 있는 오늘의 역사적인 노력과 산물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종류의 거래는 서로 믿는 거 이외에 방법이 없다. 설령 임의로 의심시설을 귀국이 선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맨하튼에서 미스터 스미스 찾는 것만큼 어리석고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남대문에서 김서방 찾는 것만큼 어리석고 부질없는 일이라는 뜻)
셋째, 상호사찰을 할 경우 우리는 그 사찰 목표물을 선정하기가 귀국보다 훨씬 용이하다. 한국에 산재해 있는 주한미국군과 미국 국가기관 전체가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귀국이 민감보안구역인 정보부대를 포함한 주한미국군 기지들과 대사관 등 주한미국공관들을 모두 까고 갈 자신이 있다면 우리도 임의 사찰에 응하겠다.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런 공세적 제안에 화들짝 놀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부랴부랴 수정한 합의문 내용대로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 부분에 '서로 노력한다'는 문장을 추가하여 사실상 비핵화 자체를 서로 없었던 일로 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한 것이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의 논리는 조미회담 의제와 관계없이 주한미국군 철수를 결심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명분거리를 가르쳐 준 셈이기도 했다. 즉 조선 내 사찰을 주장하는 주류엘리트집단의 공세가 가해질 때 군사기밀시설인 주한미국군이 조선의 상호사찰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국군을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같은 사람은 대개 자기처럼 거칠면서도 자기보다 휠씬 영리해보이는 상대에 대해 의외로 쉽게 심정적으로 굴복하고 친근감과 존경심을 나타내는 성격의 보유자일 경우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그의 김정은 찬양은 그래서 진심일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별로 보는 사람도 없는 웨스트윙 집무실 계단벽을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는 싱가포르 사진들로 도배하다시피한 이유는 그래서 설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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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두 사진은 두 사림이 지난 6 월 10 일 다섯 시간 시차를 두고 각각 창이국제공항과 Paya Lebar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딩램프에는 지붕과 레드카핏이 깔려있는데 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보딩램프에는 아무런 예우시설이 없다. 옆으로 굴러떨어지지말라고 레일만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명색이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방송사가 남의 나라 국가수반 이름자도 틀리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