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대한민국에 간다.
본토 동포들이 벌이고 있는 '21 세기판 국채보상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 국적기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한국 국적기 발권을 위해서는 대한항공에 대한 특별사면부터 단행해야 했다.
2018 년 4 월, 오너일가 밀수혐의가 폭로된 것을 계기로 싸르니아가 이 항공사에 대해 불매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
에어로플랜(에어캐나다) 우수멤버 보너스 마일리지 혜택도 포기해야 했고
'도쿄에서 놀다 가세요'~ 하며 젠닛쿠가 내놓은 저렴한 항공료의 유혹도 뿌리쳐야 했다.
나에게 가을 한국여행은 사실 휴가라고 볼 수 없다.
휴가이기는 커녕, 평소 근무하는 것보다 10 배는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스트레스 받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가는 거다.
그래서 항상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일주일 정도 쉬는 일정을 잡는데,
이번에는 일본에 갈 차례였다.
그런 휴가를 반납하는 중대결단을 내린 것이다.
단기여행을 갈 때는 공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가지만,
한국여행은 3 주에 가까운 장기여행이므로 항상 누군가에게 공항라이드를 부탁해왔다.
공짜로 부탁하는 법은 없고, 개스비 20 불 짜리 지폐 두 장 정도는 대쉬보드에 놓고 내린다.
나는 천성이 순진한데다 겁이 많아서 그런지
일제상품기피운동이든 뭐든 기왕 하기로 했으면 보이스카웃처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탓인지, 이번에는 공항라이드를 해 줄 후보들 차량을 이용하되
그 챠량의 개스비를 주면 안 되겠다는 이상하고도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상하고도 쓸데없는 생각이 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직 와이프의 차는 일본전범기업 N 사 제품이고,
옆집 아줌마 앨리스의 차 역시 일본전범기업 M 사 제품이다.
회사직원 G 씨의 차는 전범기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본기업인 H 사 제품이다.
다른 회사직원 S 씨의 차는 일본전범기업보다 더 나쁜 독일전범기업 B 사 제품이다.
할 수 없이 에드먼튼 에어포트 택시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 는 속담이 생각났다,
에어포트 택시 차량 거의 전부가 일본최대자동차브랜드 T 사가 제작한 Prius 아니면 캠리 하이브리드였다.
택시를 포기하고, 다시 부랴부랴 공항라이드 후보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 제작사 지배구조 정보수집에 착수했다.
결국 과거에는 전범기업이었으되,
지금은 프랑스 R 사 소유의 N 사 차량을 몰고 있는 전직 와이프로 공항라이드를 최종 결정했다.
지금 서울에서 묵을 호텔을 찾고 있다.
이게 또 해골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보통은 동교동이나 공덕동 근처에서 숙소를 찾는다.
공덕동 S 스테이 호텔에 묵으면서,
길 건너에 있는 가격도 착하고 용모도 준수한 L 시티호텔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S 스테이에 묵었을땐 '왜 이가네 돈 벌어주냐'는 비판을 들었고,
광화문 K 호텔 후기를 올리고나서는 '왜 방가네 선전을 해 주느냐'는 욕을 얻어 먹었다.
의기소침해져서 이번에는 이가네도 아니고 방가네도 아닌,
신가네 숙소에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여왔는데
그게 개나가리가 되고 만 것이다.
아무리 싸고 준수해도 시게미츠 가문이 소유권을 휘두르고 있는 숙소에 돈을 주고 잘 수는 없었다.
오너 시게미츠 타케오가 A 급전범 시게미츠 마모루와 무슨 관계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생각같아선 그 동생네가 만든 신라면 김치라면 너구리 안성탕면도 다 끊어버려야 할 판인데,
L시티호텔에 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피곤해져서 호텔찾기를 그만두고 창 밖을 바라보니
난데없이 누군가가 지었다는 시 한 수가 머리에 저절로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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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북소리 울리며 길 떠나기를 재촉하는데
머리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해가 지려고 하는구나
이번 여행길에는 욕 안 먹고 여관하나를 찾기가 어렵다는데
밤이 되면 어느 주막 어느 여관에서 피곤한 머리를 고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