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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동창회 41]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종교의 중개 없이도 자율적으로 거룩하고 선(善)할 수 있다!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2396 작성일 2019-10-20 06:44 조회수 1762

오늘날 종교는 복잡한 교리들을 수동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Simplicity)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세계이다. 톨스토이1860년대에 집필한 <전쟁과 평화>에서 에 대한 새로운 종교적 감각을 밝혔듯이, “은 모든 것이다. 삶은 하느님이다. 만물은 변하며 앞뒤로 움직이는데, 그 운동이 바로 하느님이다. 삶이 있는 곳에 하느님에 관한 의식이 있고, 그 가운데 환희가 있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종교는 중개인 없는 인간의 자율적인 깨달음의 삶이다.

 

참된 종교거룩한 영역속된 영역 사이에 경계를 쌓고, 거룩한 영역 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세계는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는 한 몸이라는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종교의 특성(1) 첫째로, 가시적인 이 세계 이외에 다른 감추어진 초자연적인 세계영의 세계는 없다. 쉽게 말해서, 인간의 몸과 분리된 별개의 존재 즉 귀신, 영혼, 성령, 천사, 마귀, 악령 등은 없다. (2) 둘째로, 믿어야만 하는 교리가 없다. 과거의 제도적인 종교는 영의 세계 및 영들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믿음의 공식들을 만들었다. 교리는 단지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정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수단이었다. (3) 셋째로, 반드시 참석해야만 하는 예배의식이 필요없다. 다시 말해, 영적 존재와의 타협을 위한 형식적인 예배가 필요없다. 삼층 세계관의 고대 종교들은 영들과의 소통을 위한 상징적인 행동 언어를 만들었지만, 우주진화 세계관의 과학 시대에 그런 것들은 필요없다.

 

과거에 종교의 주요업무는 신들이나 영들의 초자연적 세계와 관계된 것이었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초자연적 세계 즉 천국에 관한 교리적 믿음을 관념적으로 지켜야만 했다. 우리의 근대 세계 문화 속에서 이 세계다른 세계,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종교적 거룩은 더 이상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다. 거룩의 의미는 전통적인 종교에 의해 왜곡되어서는 안되며, 종교의 독점물이 아니다. 거룩은 모든 사람들의 삶의 경험과 일상 언어 속에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거룩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종교에 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한다.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종교의 중개 없이 자율적으로 거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보적 교회 형태의 기독교가 종말에 이르렀다.

 

참 사람 예수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중개인이 없는 직접적 종교의 시대가 이 땅 위에 와야 한다고 가르쳤다. 예수는 그것을 지금 여기에 하느님 나라라고 선언했다. 그의 말과 비유의 내용은 분명히 현세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수는 그 나라가 도래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처형되었으며, 그의 죽음 이후에도 그 나라의 도래가 실현되지 못했고, 그대신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교리들로 가득찬 교회 기독교라는 괴물같이 거대한 조직이 등장했다. 교회 기독교역사적 예수하느님 나라 종교를 완전히 배척하고, 우상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는 교리를 가르치지 않았으며, 자신이 하느님이라고 언급하지도 않았다. 또한 자신이 메시아라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초자연적인 질서에 대해서 말한 것이 전혀 없다. 그는 교회를 설립하지 않았고, 교회 목회사역을 위임하지도 않았고, 문자적인 성례전을 제정하지도 않았다. 예수는 유대인 현자이자 교사였으며,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의 예언자이며, 중보종교에 대해 목숨을 걸고 정면으로 반대한 논쟁적 비판자였다. 무엇보다 예수는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살아내는 것을 하느님의 의미로 가르치면서 빈부차이, 성적차별, 성속의 분리, 종교차별, 인종차별을 척결하려는 사회개혁가이며 종교개혁가였다.

 

과거의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는 전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영적인 영역은 신성하고 매우 권위적인 것으로 여겼다. 거기에 사는 존재들은 죽지 않고 거대한 힘을 지닌 존재들이라고 믿었다. 경험적 세계 속에 있는 만물은 영적 세계로부터 창조되었고, 정당화되고 통제된다고 믿었다. 종교는 이 영적 세계에 관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그들을 잘 예배하는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예배는 그 영적 존재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상징적인 소통체계였다. 그러나 오늘날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영적인 세계가 이 세계를 지원하고 유지한다는 생각은 완전히 쓸데없는 망상이다. 인간의 생명이란 어떤 외부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의 예배는 드리는 자와 받는 자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사회는 예배 없는 종교가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초자연적인 존재를 전제하지 않으며, 전적으로 자연적이며, 삶 중심적인 종교가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종교는 가능하다. 종교는 이제 초자연적인 영역과 우리 자신을 관계시키는 방식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을 삶에 관계시키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최근까지 거의 모든 종교들은 중보체계였다. 과거에 기독교인들은 하느님과의 바른 관계를 맺으려면 적절한 통로들을 통과해야만 한다고 세뇌되었다. 다시 말해, 교회에 다녀야 하고, 성서를 읽어야 하고, 신조를 믿어야 하고,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 물론 이처럼 신적인 존재에 이르는 적절한 통로들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비주의, 카리스마적 은사나 광신적인 열심, 황홀경 등을 통해 하느님에게 다가가는 직접적인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종교적 직접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쉬운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죽은 후에나 그러한 안전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생에서 단순히 중보종교를 받아들이고 그 정당성을 지지하는 신화들 즉 예배와 세례의식, 예수의 동정녀 탄생, 십자가와 부활, 예수의 성만찬 등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안주하는 데 익숙해졌다.

 

오늘날 중보종교의 복잡한 제도적 구조가 얼마나 낡아빠지고 억압적인 것인지, 또한 부족적이고 배타적인 신조들이 얼마나 무지한 것들인지, 그리고 그 역사적 기원이 얼마나 다양하고 정치적이고 상업적인지에 대한 사실들이 잘 알려졌다. 그것들은 설득력과 효력을 잃고, 더 이상 논증할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그것들 없이 살아갈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제 교회 기독교가 당장 폐기처분해야 할 철학적 전제들이 있다:

(1) 첫째는, 형이상학적 실재론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의 실재와 그 이해가능한 질서가 우리 외부에 그리고 지금 여기를 넘어선 영역으로부터 결정된다는 믿음이다. 칸트헤겔의 철학은 현재 드러난 만물의 실재지금 여기 안에서, 그 만물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과 인식 안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재하는 세계는 무시간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진화해 가는 세계이다. 다시 말해, 실재화(Realization)는 지금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를 통해, 우리를 위해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중보체계에 의해 만들어진 매우 오래된 실재 개념은 종말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신자들에게 형이상학적으로 중보된 실재, 그리고 그들을 위해 미리 설계된 실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는 망상이 되었다. 마침내 중개인 없는 직접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저 밖의 초월적 세계, 천국을 바라보라는 교회 기독교의 명령은 무지함과 무식함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전부이다. 모든 것은 우리가 그것을 바라보는 대로 형성되어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만들어내기에 달려있다.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우리에게 실재중개해주는 그 어떤 영적 세계초월적인 실체도 없다. 우리가 이 세계의 질서를 잡는다. 실재화역사적 과정이며, 우리가 그 주역이다. 그 모든 것은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 일어난다. 이것이 탈형이상학적인 직접성의 시대이며, 종교도 직접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삐거덕 거리는 낡고 진부한 중개인 믿음에 근거한 중보종교, 교회의 종교는 물러가고, 이제는 역사적 예수가 가르쳤던 직접성의 하느님 나라 형태의 종교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 폐기해야 할 두 번째 철학적 전제는 객관적 내지는 절대적 진리이다. 다시 말해, 과거의 패러다임의 진리는 시대가 변하여도 변화되지 않고 계승되는 진리이다. 교회 기독교는 인간과 생명과 하느님과 예수와 성서와 도그마와 신학과 신앙에 대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절대적이고, 무시간적이고, 완성된 진리가 안전장치 노릇을 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이런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진리의 본질과 참된 의미를 오해한 것이다. 진리의 자리는 실재화실현의 자리, 즉 우리 안에서 궁극적 실제가 언어화되며, 모든 사건들이 일어나는 자리여야만 한다. 진리의 자리는 언어만의 자리도 존재만의 자리도 아니라, 둘이 만나는 자리, 항상 현재이며 항상 변화하는 자리이다. 진리는 믿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만 한다. 따라서 낡은 형태의 중보종교, 교조적 진리에 관한 믿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대신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적 직접성, 삶 속에서의 진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살아 있는 진리는 정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과정 속에 있다.

 

역사적 예수에게 종교적인 삶은 제도적인 종교의 중개가 필요 없었으며, 어떤 특정 교리를 믿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도덕적인 삶인도주의적인 윤리를 살아내는 것이었다. 기독교인들이 진심으로 예수를 따른다면, 중보형태의 종교에 의존하지 말고,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100% 책임지고,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 사심없이 헌신해야 한다. 또한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환희에 찬 열정을 지니고 살아야만 한다. 그리고 오늘 이 세계에 인종차별 문제, 종교차별 문제, 성차별 문제, 성적본능차별 문제, 극심한 빈부차이 문제, 생태계 위기 문제, 전쟁과 테러 문제,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해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그 일들을 벅찬 기쁨으로 미루지 말고 서둘러 해내야만 한다.

 

오늘 교회 기독교는 중개인 없는 종교적 직접성으로 개혁하지 못하면 다시 회생할 수 없이 영원히 죽고 만다. 단순히 교회 구조신조의 개혁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독교 자체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시 말해, 새로운 기독교중보 교회 없는 기독교, 초자연적인 하느님 없는 기독교, 중개인 예수 없는 기독교가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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