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좌파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것이고 늙어서 우파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것이다 - 라는 말이 있다. 윈스턴 처칠이 했다는 말이다.
나에 대한 자기객관화를 해본다면 - 자기객관화하는게 가능한지는 차치하고 - 나는 젊어서 좌파였다. 나는 지금 늙었고 여전히 좌파다. 나는 젊을때 가슴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가 없다?
현대의 젊은이들이 보수화되고 있다. 최근 남한에서의 어떤 정파의 선거전략이 세대포위론이었다. 20, 30대와 60, 70대의 보수층을 아울러서 40, 50대의 진보층을 포위하여 선거에 이긴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결국 작금의 젊은이들은 가슴이 없다?
아니, 이런걸 따지기 전에 젊은이와 노년층이 합작해서 중년층과 대결한다는 이런 현실이 내겐 더 쇼킹하다.
전형적인 586 세대로서, 파쇼독재 잔당의 뿌리를 가진 정파를 젊은이들이 지지한다는 현실이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받아들인다. 내가 너무 늙었을 뿐이다. 꼰대가 됐을 뿐이다.
그 뿌리는 파쇼독재라 하더라도 벌써 강산이 여러번 바꼈다. 받아들여야지 뭐!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인데 뭐!
나도 젊을때 변절한 419 세대 욕하고 다녔다. 요즘 젊은 세대는 우리를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세대' 라고 욕한다고 한다. 내가 뭘 걷어찼는지는 모르겠지만 받아들여야지 뭐! 대충 왜 신자유주의를 용인했냐고 원망하는걸로 이해해야지 뭐!
다시, '젊어서 좌파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것이고 늙어서 우파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것이다'.
내가 비록 아주 똑똑하지는 않지만 머리가 없지는 않은것 같다. 손으로 만지면 내 머리를 만질 수 있다. 거울에 비치는 저것은 틀림없는 내 머리다.
또 요즘 젊은이들이 우경화한다고 해서 나는 그들이 따듯한 가슴이 없다고 비난할 수 없다. 왜 가슴이 없겠는가.
저 말을 진짜 처칠이 했나? 아니다! 누군가 만들어낸 가짜 명언이다. 거짓말이다. 일종의 낙인찍기다.
아니 설사 처칠이 한 말이더라도 진실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이들이 오바마케어는 알아도 Affordable Care Act는 잘 모른다. Affordable 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말을 오바마케어라고 낙인찍으므로서 법안의 성격이 가려진다. 반대론자에게 오바마케어는 조롱거리가 된다. 이렇게 낙인찍기는 강력하다.
누가 '젊어서 좌파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것이고 늙어서 우파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것이다' 라는 낙인을 만들었을까?
돌아보면 이런게 아주 많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고 한다. 미국의 옛날 대통령이 했다는 말인데 정확하게는 '자유의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거듭나야 한다' 이다.
서구에서는 이게 주로 왕과 짜르와 귀족의 피를 마셨는데 남한에 와서는 식성이 변해서 애꿎은 인민의 피만 먹었다. 독재자인 이승만, 전두환은 천수를 누렸고 박정희는 여대생 끼고 놀다가 심복에게 죽었다. 뭐 이러냐.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라는 말도 있다. 이거 누가 말한거냐. 부패로 망한 진보가 한보따리다. 분열하는 보수를 주구장창 보고있다.
내가 느끼기에 진보는 이 말을 지들끼리 하면서 자조한다. 귀도 얇은 것들이다. 쯧쯧, 지들은 뭐 그럼 분열만 하고 부패는 안한다는 거냐?
또 내가 보기에 보수는 이 말에 신경도 안쓰면서 부패하고 분열한다. 이거 도대체 누가 찍은 낙인이냐.
정리하자!
'젊어서 좌파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것이고 늙어서 우파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것이다' - 거짓말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 인민의 피가 아니고 독재자의 피를 먹이는거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 모두까기를 하는것처럼 하면서 거짓으로 낙인을 찍는 행위다.
현상을 있어보이는듯한 한두마디로 재단하면 참 간단해 보인다. 통쾌하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현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세간에 떠도는 한두마디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전체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