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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삼체 4) 개미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7973 작성일 2024-05-08 12:48 조회수 744

 

오래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을 읽었다. 거기에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지구의 지배자를 개미로 판단하고 인간 대신 개미와 교류를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가 무척 재밌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개미는 인간보다 개체수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다. 총 바이오매스도 사람보다 많다. 그리고 개미도 고도로 분업화 되고 문명화된 종족이다.

 

개미는 건축을 한다. 땅굴을 파고들어 복잡한 건축물을 만든 다음에 그 안에서 생활한다. 내부에는 농장도 있다. 즉 농사를 짓는다. 외부의 나뭇잎을 농장에 흩뿌리고 버섯을 길러 먹는다. 이들은 목축도 한다. 진딧물을 보호하고 이동을 도우며, 마치 인간이 젖소로부터 우유를 채취하듯, 이들의 분비물을 수집하여 먹이로 활용한다.

 

사회 문화적으로도 인간과 별 다를 바 없다. 고도로 분업화 되어 있으며 개미끼리 외부에서 만나면 서로 안부를 묻고 영양 교환을 한다. 이들은 인간처럼 분열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계인이 보기에 오히려 인간보다 진화한 문명일 수도 있다.

 

인간은 스스로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사회적이라기엔 너무나 분열적이다. 모든 인간 집단은 결국 크게 두 개로 쪼개진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가톨릭과 개신교. 시아파와 수니파. 진보와 보수. 좌파 우파. NL and PD, 민주당과 공화당 등등 사례를 끝없이 들 수 있다. 상해 임시정부도 이승만이 두 개로 쪼개놨다. 독립군도 두 파로 나눠져 지들끼리 총질을 했댔다. 홍위병들도 지식 분자를 때려잡다가 노선이 바뀌어 자기네들끼리 잡아 죽이고는 했다. 일본 놈들도 2차 대전 때 적보다는 육군과 해군의 갈등이 더 컸다. 조그마한 회사에도 사내 정치가 있고 소규모 취미 동아리 모임도 결국은 분열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나키스트임을 자처하는 이유다.

 

사실 이 갈등이 인간 문화의 주축을 이루는 것 같기도 하다. 갈등의 시작, 전개, 고조, 해결 등등이 드라마다. 아, 생각해 보니 인간 자체가 남자와 여자 둘로 나눠져 있다. 따라서 분열은 인류의 본능일 수도 있겠다.

 

아하, 이런 갈등이 없고는 이야기가 존재할 수도 없겠네. 소설 삼체에서도 많은 갈등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도망가자는 놈과 싸우자는 놈으로 나뉜다. 소설에서 외계인을 신격화하는 ETO 라는 종교 단체가 있다. 이들도 자기들끼리 구원파니 부활파니 하며 싸운다. 외계인과 대적하기 위한 우주 전함의 추진 체계 개발 방향을 놓고 음모와 암살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개미는? 이런게 전혀 없는 아주 선진적인 문명이다.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외계인의 눈으로 볼 때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은 개미 사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눈에 개미사회가 훨씬 더 평화로우면서도 발전된 문명일 수 있다.

 

우주의 한 구석에서 오랜 기간 내부 갈등이나 전쟁 없이 항성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된 문명이라면 인간 사회보다는 개미와 비슷한 사회체계 일 수 있다. 지구에 도착한 그들의 선한 눈에는 인간은 그야말로 지워 없애 버려야 할 악독한 존재다.

 

인류는 개미에 대해서 신경을 1 도 안 쓴다. 새로 집을 짓기 위해, 도로를 내기 위해, 물줄기를 막아 댐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개미 문명을 말살하는 사악한 존재다. 지구에 도착한 선량한 외계 문명의 시각에서는 인류는 전체 지구의 안녕을 위해 하루빨리 말살해 버려야 할 존재일 수도 있다. 혹은 인류가 개미문명의 존재를 전혀 상관하지 않듯, 외계 문명도 인간을 그저 개미처럼 취급할지도 모른다. 즉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외계 문명에게 그저 "벌레"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평화로운 외계 문명은 인간에게도 평화로울 이유가 전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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