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사전문가도 아니고 이렇다 할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뭔가 세상을 잘못 살아왔거나 나이를 헛 먹지 않았다면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사실로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만큼 남측의 일방적인 조사결과는 엉성하고도 사리에 맞지 않는 가설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조차 진상 재조사 요구가 거센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의국가로 지목된 북한의 전문가들을 포함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인원으로 국제민간 조사단을 구성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전면 cross-examine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겠지만 이 절차를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정부가 많은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 입니다.
다른 거 다 떠나서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당장 다음 사항을 수행해야 합니다.
첫째 사건 발생 순간의 영상기록을 포함한 TOD 동영상공개,
둘째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자료공개,
세째, 천안함과 제 2 함대 사령부간의 교신기록공개,
넷째, 생존자들과 사고 선체에 대한 취재진의 자유로운 접근보장.
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을 수행하지 않고서는 진상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반발이 당연한 일일 것 입니다. 백 보를 양보해서 조사결과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수집과 검증절차에 결함이 있는 증거는 상대에 대해 비공식적인 정치공세를 할 수 있는 자료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공식적인 ‘판결의 증거’로는 채택할 수 없을 것 입니다.
민군조사단의 발표를 억지로 믿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하는 중인 ‘우파’ 들조차 적어도 사건 당시의 정황에서만큼은 뭔가 아주 잘못됐다는 갸우뚱거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보도내용에만 따르더라도 3 월 26 일 밤 사고해역에는 접적지역에 대한 해상경계작전의 일환으로 대규모 초계함 전단이 집결해서 작전을 수행 중에 있었습니다. 미 7 함대가 지휘하고 있는 Key Resolve 훈련의 해상작전 Foal Eagle 에 동원된 전함들 주위를 경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Foal Eagle 작전에 직접 참여하고 있던 전단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전단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이 경비 전단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했습니다. (국민일보 4 월 10 일 자 참고)
우선 속초함이 고속정 다섯 척을 거느리고 인군 대청도 앞바다에 배치돼 경계활동을 벌이고 있었고, 또 다른 포항급 초계함인 성남함이 네 대의 고속정과 함께 언평도 인근 해상에 배치돼 활동 중이었습니다. 바로 지척에서 천안함과 청주함이 각각 단독 경계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방부가 언론에 선별해서 흘린 정보에만 기초해 정리를 하여도 사건 당일 천안함 주위에는 2 함대 사령부 예하 제 21 구축함전대 소속 2000 톤 급 호휘함인 전남함 (FF-957) 제 22 초계함전대 소속 천안함, 속초함, 청주함, 성남함, 제 23 고속정전대 소속 9 척의 고속정이 동원돼 사고해역 주변을 물샐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미 7 함대의 Key Resolve-Foal Eagle 작전에 동원된 전단보호를 위해 2 함대 소속 경비전단이 이 날 벌인 해상경비작전의 주요목표는 북한의 수상함들이 아니라 그 이동경로를 파악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잠수함들이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 날 경비작전은 단순한 경비작전이 아니라 고강도 대잠수함 방어작전이었다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국방부가 언론과 국회에 정보를 공개해 알려진 전단 외에도 잠수함 추적을 위한 대잠헬기를 포함한 비공개 군사장비들이 이 경비작전에 동원됐을 것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상함의 도움 없이는 절대 단독 원거리 잠항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300 톤 급 미만의 소형 잠수정이 1. 7 톤에 달하는 중어뢰를 낑낑거리며 가까스로 짊어지고 먼 바다를 혼자 돌아와서 하필 천안함의 이동경로상에 숨어있다가 단 한 번에 격침시키고 귀신같이 사라졌다는 스토리가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내용입니다.
이 발표내용이 많은 사람들의 짐작대로 소설이라면 백령도를 제 2 의 통킹만으로 만들어 한반도를 다시 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으려는 국내외의 도발세력을 분쇄해야 할 것이고,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북한에 대한 엄중경고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함과 동시에 어이가 없을 만큼, 아니 참담하고도 비참하리만큼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들을 군 형법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할 것 입니다. 이 두 가지는 별도로 수행해야 할 별개의 사안입니다.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 역시 비겁하게 책임을 면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미국과 대한민국은 북한 해안에서 불과 수 십 킬로미터, 수도 평양에서는 불과 200 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벌이는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북한이 가상 북침전쟁연습으로 받아들이는) 중단해야 할 것 입니다.
추신: 제목에 언급한 통킹만 사건은 1964 년 8 월 2 일 미군 구축함 매독스호가 통킹만에서 북 베트남 해군의 어뢰정이 발사한 세 발의 어뢰를 맞았다고 발표한 사건을 말합니다. 1971 년 사건 발생 7 년 만에 뉴욕타임즈에 의해 이 사건이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개입의 명분획득을 위해 조작한 사건임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국방장관으로서 사건조작에 개입했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군사기밀 해제시한 (30 년) 을 넘긴 1995 년, 이 사건이 날조됐음을 고백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사기날조극이 사기날조로 끝난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1975 년 4 월 30 일 베트남이 통일될 때까지 수 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의 신호탄이 되었다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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