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다! 둘 다 한 발씩 물러 서 !!
북코리아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성명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서울 표준시각으로 25 일 발표된 북코리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 전문을 읽어보면 지금 코리아반도 정세가 일촉측발의 전면위기상황으로 돌입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평통 성명은 그 전 날 발표된 외무성 성명보다 훨씬 강경하면서도 적나라하기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유엔안보리 제재를 미국과 남코리아가 작당해서 조작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미국과의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선포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안보리 제재결정 발표 두 시간만에 최초로 발표한 외무성 성명이 ‘코리아반도 비핵화 합의 전면 폐기’와 ‘6자회담 체제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면, 조평통 성명은 미국을 직접 겨냥하여 전쟁경고를 발한 것이라고 보여지고요. 즉 2003 년 부터 10 년 간에 걸쳐 이어져오던 대화체제와 결별을 선언하고 그 결별선언 이틀후에 바로 대상국으로서 미국을 직접 명시하여 전쟁불사선언을 한 것이지요.
조평통 성명 이틀전에 발표된 외무성 성명은 “미국의 가증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으로 말미암아 자주권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 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비핵화를 론의하는 대화는 없을것이다” 는 선언을 했습니다.
조평통 성명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코리아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한 완전 무효화를 선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남코리아 정부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이란 무엇이며 이 공동선언의 무효화 선언과 6자회담 폐기 선언은 왜 그토록 엄청난 일인가요?
질문에 답변하기전에 우선 용어 문제부터 정리해 볼까요? 북코리아는 조선반도라는 단어를 쓰고 남코리아는 한반도라는 단어를 쓰는데, 여기서는 코리아반도라는 단어로 통일해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코리아 북코리아라는 호칭에 기를쓰고 시비를 거는 분들도 있는데요. 한국과 조선이라고 부르자니 마치 신발 짝잭이로 신은 거 같은데 남북 코리아로 부르니 얼마나 공평하고 자연스러운지 모르겠어요. 통일되면 첫 나라 이름이 ‘코리아연방민주공화국’ 정도로 될 것 같은데 미리미리 익숙해 지도록 노력하는 게 좋겠습니다.
'코리아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1992년 2월 평양 6차 고위급회담에서 남측 정원식 (밀가루) 국무총리와 북측 연형묵 정무원 총리가 서명한 문서인데 그 내용을 보면,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배비(배치).사용을 하지 않으며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공동선언은 미국의 플랜과 압력에 의해 주선된 것인데, 남코리아는 그동안 벙어리 20 년 귀머거리 20 년 미국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치 사용을 하지 않았으며 우라늄 농축시설 또한 전혀 만든 사실이 없습니다. 반면 미국의 협박같은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던 북코리아는 그동안 틈틈이 핵무기를 시험 제조 생산 저장 보유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우라늄 농축시설은 당당하게 공개까지 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그 있으나마나한 선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북코리아가 그동안 북미간의 암묵적 평화유지명분이었던 코리아반도 비핵화에 대한 선언적 동의를 일방적으로 깨어버림으로써 미국의 체면을 명실상부하게 구겨버렸다는 점 입니다. 외교관계에서 때로는 어떤 행동보다 공개적 선언이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코리아반도 비핵화 무효화 선언은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 입니다.
비록 두 차례에 걸친 북의 핵실험으로 이미 무용지물이 된 선언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무효화선언을 하고 북침전쟁을 유보하는 평화를 담보했던 중재기구인 6자회담 폐기를 선언한 것은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코리아가 어쩌려구 그랬을까요? 미국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북코리아가 확보한 전쟁억지력이 미국의 군사력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단계에 도달했다는 그들 스스로의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미국과 전면전을 벌여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미국이 이제는 어떤 명분만으로 북침전쟁을 도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뜻 입니다.
북코리아에게는 1994 년 6 월 제 1 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에게 굴욕적으로 무릎을 끓는 수모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겠지만, 그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영변 핵발전소에 대한 조준정밀폭격을 구상하면서 대대적인 북침전쟁을 실행에 옮길 작전을 수립했었고, 당시로서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대해 방어할 수단을 가지지 못했던 북코리아 지도부가 미국군 항모강습단으로부터 폭격미사일이 발사되기 한 시간 전 외교부 부부장 강석주를 통해 전화로 백악관에 직접 항복의사를 전달함으로써 가까스로 전쟁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2013 년 1 월 25 일, 즉 어제 발표된 조평통 성명은 19 년 전 그 여름에 당했던 굴욕적인 패배를 완벽하게 상쇄하고도 남는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도전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대담성과 파격성은 외무성 성명과 조평통 성명 사이에 발표된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역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북코리아 국방위원회는 이 성명에서 “제가 (자기가) 발사한것은 위성이고 남이 발사한것은 장거리미싸일 (미사일)이라고 강변하는 날강도적인 (날강도같은) 주장이 이 밝은 세상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것이다.” 라고 전제한 뒤 “세기를 이어오는 반미투쟁의 새로운 단계인 이 전면대결전에서 우리가 계속 발사하게 될 여러가지 위성과 장거리로케트 (로킷)도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험도 우리 인민의 철천지원쑤 (원수)인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고 직설적으로 미국에게 경고했습니다.
이어 이 성명은 “약육강식을 생존법칙으로 삼고있는 미국과는 말로써가 아니라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 한다.” 면서 “세계는 자기 위업의 정당성을 확신하고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길로 폭풍쳐 (가열차게)나아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이 어떻게 온갖 적대세력들을 징벌하고 최후승리자가 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것이다.” 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 성명 내용에서 가장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험 (핵실험)” 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지금까지는 플루토늄탄을 사용한 낮은 수준의 핵실험이었지만 앞으로 진행할 핵실험은 고농축 우라늄탄을 사용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 될 것 이라는 공언입니다.
막대한 양의 양질의 우라늄을 지하자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북코리아는 이미 2010 년 11 월 23 일 우라늄 농축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에게 시찰하도록 해 농축과정에 대한 별도의 증명과정없이 그들로하여금 북측이 고도의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했음을 인정받은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전개될까요?
앞으로 무슨 일이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미국과 북코리아의 태도 및 그 태도가 가지는 상호작용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 입니다. 북코리아가 6자회담 체제의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할 수 있는 중재기능조차 축소됐고 남코리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전무한 것 같습니다.
북코리아는 조만간 고농축 우라늄탄을 이용한 제 3 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 거의 분명한데, 이 3 차 핵실험은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조국통일대전’에 미국이 개입할 경우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산산히 부수어 놓은 대북관계는 결국 그의 임기 말 코리아반도를 전쟁위기에 몰아넣고야 말았습니다. 이 전쟁위기는 고스란히 박근혜 신임 대통령과 그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언젠가 말했다시피, 오는 2 월 25 일 남코리아 수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제 18 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데, 그 취임식장에서 박근혜 신임 대통령이 울화통이 치민 나머지 갑자기 옆에 있는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콱 쥐어박는 불상사가 벌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3. 1.26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