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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외롭다/김승희 시 감상 후기 _ 목향 이명희 (캐나다 여류문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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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캘거리에 ‘가을 문학제’가 있었다. 문학제 준비와 낭독 연습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모두들 노력 했는데, 희망도 컸지만 약간의 절망도 있었다. 십 수 년을 이어 온 문협이지만 이민생활 탓인지 선배문인들은 일선에 나오지도 않고, 관망만 했다. 그 중 한 분만 나이를 잊은 채, 후배들을 격려하고 권위와 체면을 내려놓고 모든 일정에 맞추셨다. 그 분은 절망을 통해 희망을 내려놓으신 분이다. 희망이 신기루 같다는 것을 알고 들뜨거나 기대하지 않는 관조의 삶을 사시고 있다. 오랫동안 신문에 수필을 기고하면서 당신의 인생도 수필처럼 화려하지 않고 평범한 색으로 물들였다. 그 분은 "분홍 돼지머리의 웃음"처럼 다 비우고 사신다. 넉넉하지 않아도 기부하는데 앞장서고, 후배들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그 분의 응급처치를 우리는 마다하지 않는다. 약효가 없다고 의심이나 하는 후배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민생활이 팍팍하고 힘들어 울화가 치밀긴 해도 감성까지 병이 든 건 아닌 것 같다. 시를 쓸 수 없는 순간이 코앞까지 오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란 단어... 희망은 여럿을 죽이고 살리고 한다. 아직도 우리는 통일의 희망을 갖는가! 어쩌면 절망을 갖고 있을 때가 더 나았던 것 같다. 희망 때문에 희생당하는 국민들이 외롭다, 불쌍하다. 시인의 저항과는 별개로 나에게도 ‘희망이 외롭다’ 나는 떠나 왔지만 ‘도망치고 싶고 그만 두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국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옛날 임금이나 문신들의 무능이 현재까지 답습되고 있는데 과연 희망이 있는 것일까? “희망은 종신형이다.” 유독 희망이 외로운 건, 먼 타국에서 조국을 염려하는 70만 재외동포 뿐이랴, 희망은 길고 긴 쇼맨십인가! 나는 희망을 사치스런 꿈으로 대체시킬 수가 없다. 나라가 폐허가 되어가는 것이 절망보다 외롭기 때문이다. 찬란한 햇빛은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빛을 준다. “이유 없이 나누어 주는 저 찬란한 햇빛/ 물에 피가 번지듯...” 역사는 그랬다. 세월이 지나면 피의 흔적은 없어지고 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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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19-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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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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