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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인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329 작성일 2005-05-07 14:47 조회수 2767

     김노인
 
 
흰 이끼를 닮은 머리털의 김노인,
뿔테안경 밖으로 읽은 세월은 황량한 바람만 가득하다
 
햇볕에 서리어 눈부신 공원엔
귀먹은 빛을 잠재우는 청춘이 저 홀로 만세 부르고
 
세상살이 분망한 젊은 도시의 한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따분함은
하품 한번 끝에 풀지못한 하소연과 눈물을 섞어
차가운 육체에 겨우 숨이나 붙이듯
두런 두런 이야기 만들어,
 
너털웃음 짓는 허전한 주머니 속엔 달랑이는
경로우대증 하나
 
그래도 이민 간 자식자랑에 오늘도 입에 침 마르는 김노인
 
말끝에 숨기지 못한 창자가 헛헛하고.
무표정한 사람들의 시장한 점심 한끼가
그렇게 컵라면으로 때워지는 시간;
 
그에게 다시 못올, 어버이 날이 미끄러 떨어지는 양 흘러간다
 
처량히 끝나가는 흐릿한 건망증,
하늘의 가장 높은 지붕 아래 잠드는 환한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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