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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物神)의 시대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036 작성일 2005-01-15 10:49 조회수 1286
 
물신(物神)의 시대


따뜻한 마음이 아직
남아있을 때,
못내 아껴두었던 눈물이
그예 증발하였다

스스로 자초(自招)했던
참 웃기는, 고독

잔뜩 기울어진 땅 위에서
길 잃은 사랑은 울고,
저 만치서 활보(闊步)하며
다가오는 탐욕의 질서

깊은 영혼은
더 이상 몸 담을 곳 없어
별들도 반짝이지 않고,
하늘은 스스로의 못난 무게에
추락한다

사방에서, 겁없는 몸뚱아리들이
미소짓는다

가벼운 정신들이
한껏 웃는 길 위에서,
누군가 넘어지며 소리친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길 한 모퉁이에는,
아무 뜻 없이 굶어죽은
새 한 마리

세상 끝에서 더 멀어진
차가운 세상

황금빛 화폐만이 머리 위에 번쩍이고
사랑은 위험하다는 팻말을 든 채,
이제 아무도 두려운 사랑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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