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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483 작성일 2005-06-07 02:54 조회수 1498
 
대화  - 우울한 6월의 변두리에서


교회의 마지막 종소리가
구원의 징표를 허공에 뿌리는 시각,
정처없는 삶은 고독하게 흘러가고
아스팔트 위에 달구어진 소음은
나의 목소리로 남았네.

달콤한 향수는 푸른 하늘 살짝 가린
하이얀 구름 속에 머물다가,
숨죽이는 짧은 휴식 남긴 채 한가롭게 떠가고
내가 쳐놓은 무수한 협로挾路는
가느다란 생존의 핏줄이어서 너무 창백하구나.

그런가요?
당신의 생각이...

나도 노래 부르지요. 들어 보세요.

햇살이 허물어지는 6월의 광장 위에도
눈이 충혈된 비둘기떼는 먹이를 찾고있어,
눈부신 나의 기억들은 잊혀진 축제의
마지막 신음소리를 또렷이 발음發音하네.

아, 내가 그리는 꿈은 언제나 최고의 기도.

최초의 불행을 이제는 희열로 바꾼 어떤 총명한 의식이
반쯤 벌어진 석류의 얼굴을 하고 있어,
나는 그 진한 색에 붉게 취하여
세상을 손 안에 담고 조물락 거리다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서
나도 모르게 바다로 흐르는 강이 되었네.

바다 위에 듬성 떠있는 섬들은 나의 발길을 유혹하고
나는 황홀한 시선으로 수평선 끝에서 손짓하는,
사자獅子머리를 한 당신의 품 안에
수줍은 구름처럼 안기는 어린아이의 몸짓을
한없이 되풀이 하네.

그게 나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아무도 이런 나를 탓하진 않을거에요.


그렇군요!
당신의 생각은...

하지만, 방만倣慢한 애무는 희미한 애가愛歌의 보잘 것없는
진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차라리, 내가 알지 못할 비밀로 당신의 소박한
추락墜落을 이야기해 주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언제나 파멸하기 쉬운, 앞으로만 가는 존재이어서
희망이 걸어오는 소리는 정말 알아듣기 힘든 처지인 것을.

하지만, 세상에는 간혹 파수把守서는 이도 있어서
오늘도 어디에선가 불타는 가슴으로 하늘과 입 맞춘다는데,
우리도
당신의 신神이 부러워 할, 진한 색깔의 뜨거운 키스를
밤새도록 나누어요.


우리의 앙상한 가슴이 영원히 무너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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