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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대화란 무엇인가?
작성자 종교     게시물번호 -6379 작성일 2006-12-25 11:12 조회수 614

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현대사회를 이단을 불가피하게 생산하는 시대 (heretical imperative)라고 하였습니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다원성 (plurality)입니다. 이 다원성의 중심에는 문화적 다양성이 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의 근간에는 종교적 다양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Inter-religious 문제든, inter-cultural 문제이든 간에 우리는 다양성을 우리 삶의 인식적 근본 틀로 삼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흔히들, 무신론 (atheism) vs. 유신론 (theism)가지고 싸우는데, 이것은 서구 중심적인 문화적 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불교나 유교는 무신론이니 유신론이니 하는 논제는 전혀 중요한 테마가 될 수 없습니다. 근본불교의 핵심은 깨달음입니다. 유학의 핵심은 자기 완성입니다. 이 자기 완성의 길은 하늘의 뜻에 맞추어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의 존재를 검증할 수 없고, 신의 비존재를 검증할 수 없듯이, 불교의 깨달음의 세계를 검증할 수도 없고, 유학에서 하늘의 이치에 맞추어 사는 인간 완성도 검증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의 추구나 가치의 실현을 향한 노력은 여전히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도 모릅니다. 가장 소박한 진리는 사람들이 머리를 굴리며 산다는 것입니다. 생각하고, 느끼고, 성찰의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그 성찰의 추구가 다양성의 실재를 상실할 때, 배타주의적이거나 옹졸한 사고로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산에 올라가거나 파도가 넘실대는 대양을 바라볼 때, 자연의 장대함에 압도되어 버립니다. 이런 압도는 유신론자든, 무신론자든 느끼는 강도는 다릅니다. 유신론자는 그곳에서 신의 창조에 경탄할 것이며, 무신론자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신론의 근간은 자연주의에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서양사를 보면,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조차 문화적으로 조건지어져 (culturally conditioned)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구 문예사조에서 낭만주의 (romanticism)의 발흥입니다. 낭만주의 이전에는 자연이란 결코 주체로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배경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자연 자체가 회화나 문학의 중심주제가 된 것은 낭만주의의 등장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연을 바라보는 것조차 다양하거나 문화적 산물일진데, 인간이 존재하면서부터 존재한 종교적 다양성은 어떠하겠습니까?

 

이제는 어느 종교나 사유가 단일한 체계를 강조하는 세계는 지나갔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운송체계, 통신의 발달은 그 동안 고립된 문화와 국가가 만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가적, 종교적, 갈등은 어느 시대보다 복잡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두부 모 베듯 세상이 쏙 내 인식의 틀 안에 들어 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종교를 부정한다고 종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무신론을 부정한다고 해서, 종교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다양한 생각들은 파도의 출렁거림처럼 역사에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트교는 수십만밖에 안되는 종교로 전락하고 이슬람이 온 땅을 뒤덮었습니다. 동아시아를 풍미한 유교는 사회적 습관 (social habitus)이 되어 버렸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 신념이나 체계만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은 조롱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신념체계는 시간의 테스트를 겪게 됩니다. 약한 신념체계는 강한 신념체계에 먹히게 됩니다.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을 하듯 종교상품은 종교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철학 사상 또한 사상계라는 시장에서 경쟁을 합니다. 상품이 좋다고 다 잘 팔리는 것도 아닙니다. 마케팅을 잘해야 합니다. 사장되었다가 나중에 각광을 받기도 합니다. 철학자 니이체의 사상이 1,2 차 세계대전과 실존주의의 등장과 함께 재평가 되었듯이, 실존주의가 시대의 뒤안길로 갔을 때 니이체도 갔습니다. 그러다가 포스트 모더니즘이의 등장으로 또 니이체는 다시 부활했다가 다시 썰물이 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신이 없다, 있다를 증명하는 것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허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도덕적 기준을 갖든, 철학적 원리를 추구하든, 그것이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은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무신론자든, 유신론자든, 범신론자든, 범재신론자든, 다신론자든, 단일신론자든, 불가지론자든, 또 다른 무엇이든, 그것이 여러분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고, 그 삶의 표현이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과 경탄을 준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다. 그로서리를 하는 평범한 분이 자기 삶의 애환을 한 줄의 시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진리를 전한다고 하면서 옹졸한 삶의 태도를 갖고 있는 종교인보다 더 아름다운 것입니다. 정치학을 하고, 정치철학을 하고, 정치적 실천을 하면서 사는 부정직한 정치꾼보다 포장마차를 하면서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민주적 실천행위가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화나 토론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보다 건설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건설을 행하는 주체는 종교나 정치, 또는 다른 사회적 담론이 아니라 그것을 쏟아내는 우리의 입입니다. 입이 더러우면 악취를 풍기고, 입이 깨끗하면 화한 치약냄새가 날 것입니다. 매일 매순간 고여있는 물처럼 썩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맑은 기운을 내려면 자기갱신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선을 행하든, 악을 행하든, 이것은 전염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갖느냐, 어떤 사회적 실천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방향과 내용은 다를 것입니다. 그것을 실천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이지 그 대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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