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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10] 오늘 하나님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하나님인가?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0790 작성일 2018-04-08 06:45 조회수 2324


21세기 첨단과학의 세계에서 고대인들이 상상했던 초자연적인 하늘 위의 하나님은 현대인들로부터 설득력을 상실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하나님없이 윤리적으로 선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이 세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적으로 살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없는 종교는 가능한가? 요즈음 이러한 질문들이 서적들과 소셜미디어와 언론들과 학교와 각종 모임들을 통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놀랍게도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이상하게 생각하기 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솔직하고 상식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신의 저서 <즐거운 지식>에서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상태로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고 교회기독교에 경고하면서, 또다른 저서 <선악을 넘어서>에서 왜 우리는 거짓이 아닌 진실을 원하는가라고 기독교인들에게 종교의 참 기능에 대해 도전했다. 니체의 말처럼, 오늘 우리의 사회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이상 하느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00년 동안 교회기독교의 믿음체계가 만든 이분법적 구원론으로 전 세계를 정복하고 통제하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 종교가 필요하다면, 인간의 삶을 뒷받침하고 생명체와 자연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존엄성과 세계의 평화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면 오히려 장애물이 될 뿐이다. 오늘 과학의 세계에 하느님이 필요하다면 그 하느님은 인종, 민족, 종교, 사상, 과학의 경계 넘어  평등하고 공정하고 통합적이어야 한다.

 

21세기의 새로운 우주론에 따르면, 하느님이란 이 세계 밖에 존재하면서 이 세계를 창조한 존재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하느님은 138억 년 전 출현한 세계를 저 하늘 밖에서 계속하여 조정하는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로 인식될 수 없다. 이 세계 밖에 또 다른 세계는 없다. 이제 하느님은 이 세계 내면으로, 이 세계와 동일한 한계 속에, 이 세계의 자연의 법칙을 통해 운행하며 이 세계를 통해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통합적인 실제(Integral Reality)이다. 따라서 하느님이 과학과 갈등관계에 있는 것은 큰  모순이다. 다시 말해, 종교와 과학은 서로 정반대의 입장에 있기보다 서로 상호보완적이며 상호의존적이다. 이 둘은 모두 궁극적으로 선험적인 확신에 의존한다. 이는 종교와 과학 둘 모두 신앙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 둘은 모두 부분적으로 인간의 창조적인 상상력에 달려 있다. 즉 과학자들은 물리적인 영역에서, 종교인들은 삶의 예술 속에서 생명과 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진리를 탐구한다. 과학과 종교는 모두 진리를 추구하고 어둠에서 빛을 추구한다. 과학자는 갑자기 떠오른 통찰의 빛을 가지고 실험한다. 종교인은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하며 이를 삶 속에서 실험한다. 과학자들은 모델들을 만들고, 종교인들은 신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확신을 고백한다.

 

20만 년 전 이성적인 인간 호모싸피엔스가 출현한 이래, 인간뇌의 진화는 계속되어 7만 년 전 인식혁명, 12천 년 전 농업혁명, 500년 전 과학혁명, 2백 년 전 산업혁명의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인류 진화역사에서 무엇보다 인간은 다른 생물종들과 달리 자신의 본성 즉 창조성과 자율성과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인식했다. 동서양의 고대 지혜는 이 인간의 본성을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현대과학자들은 과학적인 발견 즉 공개적 계시로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는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만이 아니다. 또한 진화를 해석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며, 단지 과학적인 사실을 서술하는 것도 아니다. 우주 이야기가 밝히는 진화 서사시를 이해하는 데는 로멘틱한 비전과 철학적인 엄격함이 요구된다. 또한 창조적인 예술성과 상상력과 자율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진화 서사시는 종교-사상-정치-철학의 경계 넘어 현대 과학의 지식과 전통적인 고대 지혜가 통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이야기다. 인류사회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고유한 영적 전통들과 세계관을 발전시켰다.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은 이 시대에 온 인류의 공통 세계관이 된다. 인류의 밝은 미래는 새로운 세계관의 기초 위에 현대 과학과 고대 지혜가 통합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통적인 종교들의 핵심적인 사상과 신앙이 세계관적-문화적-시대적 경계 넘어 현대 과학과 화합할 수 있는가? 오늘날 대부분의 기존 종교들은 진화론을 완강히 거부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에  충실한 것을 좋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을 익히고, 대학에서 지질학, 인류학, 천체학, 유전자공학, 뇌과학, 진화심리학 등의 현대 과학을 연구하는 젊은 세대들은 구세대들이 주장하는 삼층 세계관의 창조론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구세대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전통들의 지혜와 사상과 신앙을 고수하기 보다 새로운 우주론으로 재해석하여 미래의 세대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승해야 한다.

 

필자의 종교적 전통은 기독교이다. 나는 이 칼럼을 통해 삼층 세계관의 고대 기독교가 21세기에 생기가 넘치는 우주진화적 기독교로 성숙해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기독교가 마음이 끌리고 상식적이고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기독교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것은 역사적 예수가 로마제국의 제국주의와 성전종교의 배타주의가 주류를 이룬 사회에서 전개한 하느님나라 운동이었다. 다행히도, 이러한 운동이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나는 전통적인 종교들이 자신들의 신앙의 핵심을 어떻게 현대과학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지 그 길을 제안하려고 한다. 

 

새롭게 인식한다는 말은 오랜 세월동안 무시하고 부인했던 과학적인 사실들을 신뢰하고, 자신의 종교적 신앙을 솔직하게 성찰하는 것이다. 부족적이고 민족적인 종교들은 자신들이 주장해 온 개인적인 계시를 절대적인 진리로 착각하기 보다 재해석하여 온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개적인 계시로 확장해야 한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대인들이 기록한 성서 구절들을 현대과학이 발견한 우주론과 충돌하지 않게 재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고대 종교와 현대 과학이 통합된 진화신학과 신앙은 인류가 우월주의, 배타주의, 제국주의, 그리고 황금만능주의를 넘어 생존의 두려움과 욕심없이 자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된다.

 

종교인들의 믿음과 신앙은 현실적이고 실제적이어야 한다. 전통적인 고대 종교들이 현대의 진화적인 종교로 성숙해지는 대안으로써 개인적인 계시를 재해석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기존 종교들의 사상과 신앙의 핵심이 보편적이고 논리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확인되어야 한다; (2) 신학과 교리들이 자연적으로, 과학적으로, 상식적으로 뜻이 통해야 한다; (3) 신앙과 믿음이 우주적이고, 체험적이고 실천적이며 또한 실제적이어야 한다; (4) 종교의 지혜는 누구에게나 감동적이고, 생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에 인류사회의 평화를 위해 기존 종교들은 이 기준들을 솔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진화적인 기독교, 진화적인 불교, 진화적인 힌두교, 진화적인 회교도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또한 자신들의 신앙과 전통을 우주 이야기 즉 큰 그림에 기초하면 우주진화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사람들에게 생기가 넘치는 예언자적 지혜를 전파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분법적이고  배타적이고 우월적인 부족적 생존의 종교에서 탈피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필자가 기독교인으로서 고대 기독교 전통을 진화적으로 재해석한다고 해도 무신론자와 비기독교인들과 무종교인들이 공감할 수 없다면 나의 진화적 해석은 실패한 것이며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의 본성은 약 6백만 년에 걸쳐 진화되었다. 우리의 속성에는 1천만 년 전 유인원의 변이흔적과 55백만 년 전 영장류의 속성, 245백만 년 전 포유동물의 속성, 313백 년 전 파충류의 속성, 51천만 년 전 척추동물의 속성, 그리고 원초적으로 15억 년 전 진핵세포의 속성이 담겨져 있다. 우리의 고유한 본성의 근원은 15억 년 전 지구의 첫 생명에 있으며,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적인 속성의 일부분일뿐이며, 그 중에 가장 최근에 출현한 호모싸피엔스의 속성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인 사실이며, 종교와 철학이 인식해야 하는 공개적 계시이다.

   

따라서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이야기는 모든 민족과 종교의 창조신화들이 탄생하기 훨씬 전에 출현한 인류의 원초적인 창조 이야기(창세기). 또한 이 위대한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영적 그리고 심리적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성스러운 이야기다. 한편, 미국의 신화 종교학자 조셉 캠벨은 자신의 저서에서 은유적으로 기록된 고대 신화는 항상 힘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진화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면 종교 넘어 끊임없이 신선한 힘을 얻고, 새로운 가치관을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구약성서의 창세기에서 천지가 6일 동안에 창조되었다는 이야기와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 사과나무, , 타락의 이야기에서 21세기의 새로운 세계관을 인식하고 죽음의 두려움과 욕심없이 생기가 넘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창조론자들이 삼층 세계관에 기초하여 기록한 고대 경전들의 구절구절을 과학적인 우주론으로 입증하려는 시도는 비상식적이며 불가능한 일이고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21세기에 고대 신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인간의 본성과 정신과 사상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입증하듯이 현대인들의 이성적인 인식력과 창조적인 판단력은 고대인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진화되었다. 고대인들의 종교적 체험 즉 개인적 계시에서 현대과학이 발견한 공개적 계시를 상상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우주진화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주 진화는 우리의 성스러운 여정이며, 우리의 정체성과 본성의 근원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진화를 모른체하거나 무시하고 살 수 없다. 보다 나은 새로운 삶으로 진보해 가기 위해 진화를 인식하며 살아내야 한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온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공통의 운명이다. 진화 서사시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순수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류의 공개적 계시이며 보편적인 계시로서 공통적인 체험이다. 고대 민족들 - 원주민, 이집트인, 메소포타미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유대인, 인도인, 중국인, 한국인 - 의 신화적이고 종교적이고 영적인 체험은 주관적인 체험 즉 개인적 계시이기 때문에 온 인류에게 적용하는 일반적인 계시가 될 수 없다. 다만 개인적 계시는 우주진화 세계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보편적으로 이해될 있는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되어야 한다.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먼지로부터 탄생된 별이 폭발하여 살아있는 세포가 출현했다는 이야기보다 더 경이롭고 위대한 창세기는 없다. 또한 바다의 물고기들이 육지로 올라와 양서동물이 되었고, 파충류 동물이 새가 되었고, 포유동물이 바다로 들어가 고래가 되었다는 이야기보다 더 기적적인 창조 이야기는 없다. 분명히 모든 전통적인 종교들이 과학과 조화를 이룬다면 자신들의 신앙과 신학을 버리지 않고 원초적인 우주창조 이야기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이 21세기의 종교의 의미와 목적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사이언스북스, 2014

오강남, 성해영.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종교를 보는 새로운 시각, 심층종교에 대한 두 종교학자의 대담.  

            북성재, 2011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범양사, 2008

데이빗 그리핀. 포스트모던 하나님, 포스트모던 기독교. 한국기독교연구소, 2002

로이드 기링. 기로에 선 그리스도교 신앙. 한국기독교연구소, 2005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2006

_________. 비극의 탄생/즐거운 지식. 동서문화사, 2016

돈 큐핏. 떠나보낸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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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베리 & 브라이언 스윙. 우주 이야기. 대화문화아카데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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