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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값”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작성자 내사랑아프리카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579 작성일 2009-07-13 19:06 조회수 1738
“나이값”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Pioneer님의 글을 보면 어디부터 댓들을 달아야 할지 정말 난감해 집니다. 이 분의 주장에서는 수많은 주제들이 엉겨 붙은 실타래 같아서 어디에서 풀어헤쳐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Pioneer님의 주장에 대해서 일일이 댓글을 달기 보다는 혹시 저의 글이 이른바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을 이해하는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올립니다. pioneer님과 같은 분의 생각들은 특이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며 예상이 가능한 패턴을 보여 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 2, 제 3의 pioneer 같은 분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1. 세상을 자기 경험만으로 바라 보는 위험
이른바 어르신들은 자기 경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전쟁을 겪은 분들은 겪지 않은 세대들이 그 전쟁의 참상을 모른다고 한탄하며, 419 세대들은 젊은이들이 이승만 정권의 부패상을 모른다고 한탄하며, 박정희의 이념 교육에 찌들은 이들은 박정희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철없는 아이 취급합니다. 저처럼 이른바 386 세대들은 요즘 20-30”젊은이들”이 지나치게 이기적이어서 자기밖에 모르며, 한국의 역사나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한탄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 경험이 사물과 사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 사물과 사태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노릇입니다.

pioneer님의 예를 들자면, 분명해집니다. 이 분이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가진 것은 아주 지엽적인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이분은 “이제야” 대학 학부생 “자랑스런” 아드님을 두신 50대의 보수적 이념을 가진 남성입니다. 이 분의 연배로 보아 강현님보다 10년을 결코 더 사셨을 리 없고 저보다도 10년을 좀 더 넘겼을 터인데 인생 다 사신 분처럼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자르고 주무르고 계시니까요. 이 분은 서울대 가야 교육에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시며, 유학생들은 대부분 실패한 낙오자로 생각하는 그런 교육 이념을 가진 분이시죠. 왜 유학생 부모들이 허리 띠를 졸라매며 돈을  보내며, 심지어 기러기 가족을 마다 하고 자기 희생을 해야 하는지 한국 교육의 구조적인 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무식하기 보다는 자기 경험의 우물안 개구리의 잣대로 사물을 이해하기 때문이죠.

pioneer님은 아직 많이 젊은 분입니다. 일제치하 때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함석헌 선생이나 장준하 선생이 살아 계셔서 님의 글을 보셨다면 참 눈물을 많이 흘리셨을 것입니다. 혹시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사]나 장준하 선생의 [돌베개]를 안보셨다면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는 읽어 보셨겠지요? 이런 분들의 눈으로 보면, 일제군관학교와 사관학교를 졸업한 친일의 전형, 그리고 어쩌다가 형님 생각으로 좌익 활동을 한 박정희는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50줄이라는 짧은 인생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정말 용감해집니다. 어떻게 님께서 동학혁명 당시의 한국 사회와 국제관계, 그리고 서구 열강의 아시아 침탈의 비극을 이해하실 수 있겠습니까?

2. 자기 경험을 넘는 방법
우리가 경험하는 범위는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pioneer님의 50 줄의 나이로 보면,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때는 10살이 되지 못했을 터이고, 10월 유신 때는 20세를 넘지 않은 아이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님께서는 ““10월의 유신은 김유신과 같아서 조국통일 되듯이 남북통일 이뤄요. 우리 몸에 알맞은 민주 나라 만들어~”과 같은 선전 노래의 향수에 젖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중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배운 반공 이데올로기를 마치 전부인양 진리인양 아직도 믿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자기 경험에 의존한 지식이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자기 경험에 절대적 가치를 둔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용감한 못된 버릇이 있지요.

그러니 민주화의 정도 (degree)의 측면에서 박정희 때보다 이명박 때가 얼마나 좋으냐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해도 말이 통할 것이라는 용감무쌍한 모습을 보이니까요. 그리고 이명박을 비판하는 것이 마치 김정일을 지지한다거나 친북주의자로 여기는 정도에서는 웃다가 콧물눈물까지 쏟아져 나올 지경입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책 좀 보십시오. 50대는 아직 젊은 나이입니다. 김구선생의 [백범 일지], 장준하 선생의 [돌배게],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사]를 읽지 않으셨다면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면 한국의 근/현대사 책도 좀 읽어 보십시오. 아드님이 좋은 대학 갔다는 사실 만으로 님의 교육철학이 건전하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반대되는 이념서도 보셔야 합니다. 자기가 좋은 것만 선택해서 보면 자기 이념을 강화시켜 거기로부터 오는 자기 만족을 가질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지식으로 이르진 못합니다.

제 나이 50이나 60, 아니 70이 되더라도 요즘 20대 젊은이들 보고 취직 걱정만 하는, 역사의식이나 공동체 의식이 없는 대가리가 텅텅 빈 넘들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젊은이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노친네의 넋두리 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실패한 유학생을 힐난하기 이전에 철저히 엘리트 중심으로 재편되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살기에 가장 편할 한국을 버리고 좀 더 나은 교육과 삶을 질을 위해서 집팔아, 땅팔아, 그리고 자발적 이산 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현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더 공부하는 것이 이른바 “실패한 유학생”을 이해하는 데 더 빠를 것입니다.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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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  2009-07-14 15:29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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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지성은 나이와 아무 상관이 없지요. 정말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됩니다.

pioneer  |  2009-07-19 10:29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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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대학을 졸업하였으니 젊은 나이는 아니겠지요. 당신의 생각과 다르면 모두 고지식하고 모순에 빠진 사람일까요? 적어도 북조선이라 입에 담진 않지요. 당신은 과거 세대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아시나요? 현재의 경제성장이 당신들로 인해 이루어진 것인가요? 당신들의 선배들이 이룬 것이며 그들은 무시 당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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