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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highway to the Rockies

작성자 maple5 게시물번호 20049 작성일 2026-06-11 20:07 조회수 37

지평선 끝까지 뻗은 길 위로

알버타의 6월 햇살은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데

 내 반백의 머리칼 위로 자꾸만 사십 년 전

 그해 오월의 매캐한 최루탄 기가 겹쳐온다.

​독재타도와 계엄철폐를 외치던 청춘,

라이락 꽃 만발한 그해 6월 도서관 옥상에 쩌렁대던 친구의 절규

독재타도! 계엄철폐!

내 청춘은 군화발에 짓밟힌 아스팔트 위에 두고 왔는데

시간은 무심히 흘러 이 이국의 광활한 대지 위에 나를 

세워두었구나.

아, 계몽령 이라니.

윤석열의 그 무모했던 계엄선언을 두고

그대들은 그렇게 부른다.

깨우쳐 이끄는 명령이라니, 이 무슨 가당치 않은 유희더냐.

​그대는 새벽을 깨우는 군용 트럭의 무거운 엔진 소리를 아는가.

탱크의 궤도가 아스팔트를 긁으며 오던 그 공포의 무게를 아느냐.

총구 앞에 숨죽여야 했던 어머니의 흐느낌과

쥐도 새도 모르게 남산으로, 보안사로 끌려가

비명조차 박제되어 버린 친구들의 끊어진 손가락을 그대는 아는가.

계엄령은 숨구멍을 틀어막던 거대한 무덤이었다.

​자유는 공기처럼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어늘,

그 서늘했던 군사독재의 망령이 다시금 살아나

민주주의의 목을 죄려 했던 그 밤의 섬뜩함을

어찌 '계몽'으로 분칠할 수 있단 말인가.

역사를 잃은 청춘의 눈동자는 슬프다.

그 무서움을 회상하는 이 늙은이의 회한은

알바타의 거친 바람 속으로 흩어지지만, 내 마음은 이미

종로로, 광화문으로, 그 밤의 국회 앞 길거리로 달려가고 있다.

​신경림 시인은 일찍이 노래했지,

우리는 깨어지고 부서지면서도 다시 만나고 있다고.

그래,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강물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거대한 바다에서 만나듯,

그 시절 피 흘렸던 노병의 기억과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그대의 차가운 지성이

이 로키산의 굳건한 바위처럼 단단하게 다시 만나야 한다.

​알버타의 끝없는 하이웨이 1번 위에서

나는 정면의 거대한 산을 바라본다.

그대여, 명심하시라.

계엄령은 결코 그대를 깨우치는 계몽령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베어버리려는 날 선 도끼 였을 뿐.

다시는 그 어두운 시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달리는 길 위에서 간절한 기도로 그대를 부른다.

우리는 이 아픔의 기억 속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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