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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어느 영화의 발칙한 상상력
작성자 clipboard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2229 작성일 2010-01-22 02:31 조회수 1172
“신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균형을 추구할 뿐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어느 패거리의 보스가 아니고 균형 그 자체다.

오늘 본 영화 Avatar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겨진 대사다. 사실 이 영화가 강조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대사는 따로 있다.  “I see you” 가 그것이다. 진정성을 담보한 소통을 의미하는 말이다. 서로 달랐던, 서로 몰랐던, 그리고 서로 적대적이었던 양자간의 화해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선포하는 말이기도 하다.

“I see you” 그 세 단어를 Jake와 Neytiri 간의 애정의 시작 정도로 이해했다면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단지 그 두 개인간의 상호 이해의 출발로 해석했더라도 당신은 이 영화를 완전히 잘못 본 셈이다. 이 세 단어는 우주 안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개체간의 유기적 연결과 소통 잠재력을 시사하고 있는 이 영화의 주제나 다름없는 화두다.

같은 감독이 만든 ‘타이타닉’에서 Rose 가 스케치에 탁월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Jack에게 “you see people” 하자 Jack이 그 Rose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I see you” 했을 때 그 “I see you”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대사다.  

나는 Avatar를 보기 전에 한 가지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IMAX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 편견이란 지금까지 헐리우드 영화가 보여줬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착한 원주민 처녀와 용감한 ‘백인기사’ 이야기, 즉 American Thanks Giving story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는 소문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나의 이런 오해는 말 그대로 편견에 불과했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Independence Day 나 포카혼타스류 하고는 전혀 철학의 궤를 달리하는 영화다. 오히려 정반대다. 관계의 균형을 파괴하고 더 많은 물질과 권력을 확보하려는 현대 서구 문명의 본질적 결함을 관용의 여지없이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지막 장면은 작품의 분명한 메시지를 재확인해 주고 있다. 아마 감독도 오해가 불안했던 모양이다. 약탈자들은 모두 포로가 된 뒤 판도라 원주민들의 보호와 감시를 받으며 절망스런 표정으로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 오른다. Jake를 비롯한 ‘깨인 소수의 지구인’은 귀환을 포기하고 판도라에 남는다. “Today’s my birthday” 완전한 판도라 원주민으로 부활한Jake의 마지막 대사다.    

나는 제임스 카메론 류의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터미네이터가 가져다 준 일종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타이타닉’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아직도 그 영화가 11 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석권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 년 전 ‘타이타닉’에 대해 써서 기고한 평론에서만큼은 승객들의 다양한 심리와 행동묘사를 계급사회의 축소판으로서의 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 감독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 준 적이 있다.

그 평론은 씨엔드림의 전신인 주간씨티에 실렸었다. 지금 생각하면 1997 년 겨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드롬을 일으킨 그 대형 블록버스터를 ‘진보진영’의 문화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동기에서 좀 과장된 해석을 토대로 평론을 작성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고도의 대중흡인력을 보유하고 있던 영화를 아군화하기 위해 상업용 블록버스터를 예술작품으로 둔갑시켰다는 말이기도 하고 더 쉽게 말한다면 꿈보다 해몽이 더 좋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그 때 평론 서두에서 그 영화를 본 관객을 두 종류로 나눈 기억이 난다. 잭과 로즈의 사랑이야기에 매료된 관객과 배가 빙산에 충돌하는 순간을 보기 위해 1 시간 40 분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관객으로 나누었을 것이다.  

Avatar를 본 관객은 몇 종류로 나눌 수 있을까? 나누는 게 의미가 있을까?

우선 Jake 와 Neytri 의 사랑이야기 같은 것에 매료된 관객은 없을 것 같다. 주제가 내포하고 있는 상상력이 워낙 혁명적이라 감독이 그 혁명적 상상력 전달의 매개로 사용한 두 남녀의 교감조차 어색해 보일 지경이다. 그런 이유로 적어도 이 영화를 순정만화로 오해할 여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나처럼 3D 영상기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달리 말하면 두 배나 비싸게 주고 산 티켓요금의 본전을 뽑기 위해) 어지러움을 무릅쓰고 2 시간 40 분 동안 입체안경을 죽어라고 쓰고 앉아 있다가 나온 부류의 관객과, ‘깨인 지구인들’의 마지막 결단의 의미를 두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부류의 관객 정도로 나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교황청이나 보수 기독교 관객들은 이 영화가 자연신 숭배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얼빠진 소리는 주로 이 관객층에서 단골로 나오는데, 소통과 숭배를 구별 못하는 건 또 무슨 난독증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판도라의 신은 균형자로서 따로 존재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니 그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얼빠진 소리가 보수 기독교 관객들 입에서 주로 나오는 것이라면 도둑이 제발 저린 해석은 역시 미국의 보수주의자 관객들이 몫이다.

환경보호주의라느니, 이라크전과 베트남전을 비판하고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그것들이다. 이 중 베트남전을 비판하고 있다는 주장은 제법 날카로운 지적에 속한다. 그 비판자는 아마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의 ‘Apocalypse Now’ 라는 영화를 봤다는 이야기고, 전투대형을 갖춘 공격용 헬기 편대가 베트남의 어느 마을을 무자비하게 공격할 때 헬기에 장착된 붐박스에서 웅장하게 울려 나오던 음악이 바그너 악극의 한 대목 The Ride of Valkyries 라는 것을 안다는 이야기며, Avatar 에서 지구의 약탈자들이 몰고 온 핼리콥터 편대로부터 무자비하게 발사된 미사일 이름이 Valkyries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길어졌고 길어지다 보니 또 밤이 늦었는데. 나는 지금 이 영화의 평론 쓰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보고 무슨 평론을 쓸 수 있겠는가. 다만 오늘 무슨 일로 웨스트에드먼턴몰에 간 김에 그 곳에 있는 IMAX 영화관에서 이러저러한 영화를 봤는데 영상기술이나 스토리에서 발산하는 상상력이 모두 괜찮았으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한 번 볼만하다 뭐 이런 취지에서 그냥 끄적거린 것 정도로 봐 주시면 좋겠다.    

혹시 이 영화를 본 소 도축업자가 앞으로 소를 도살하면서 “형제여, 당신의 영혼은 오늘 신의 품에 안길 것입니다. 당신의 몸은 여기 남지만 그 부분 부분은 당신의 형제의 몸의 일부분으로 다시 승화돼서 다른 형제들의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사용될 것 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될 것 입니다” 하는 주문이나 기도를 올릴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면…… 좀 심한 상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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