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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이중섭 화백에게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8042 작성일 2015-05-10 07:16 조회수 3402

 

편지 - 이중섭(李仲燮) 화백에게 어느덧, 세월은 흘러 幽明을 달리하신지 반세기가 넘었군요. 솔직히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지만, 당신의 손끝에서 빚어진 처절한 아름다움은 이 천박한 두 눈에도 심상치 않더군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절벽 끝 같던 그 시절, 순수한 예술의 오기 하나로 버티며 철저히 외로운 화가였던 당신은 그러나 모질게 불어치는 世波에 목숨까지 내어 주셔야 했지요. 정신을 지탱하기엔 너무 약한 육신이었지요. 그렇게 죽은 후에야, 비로소 천재화가가 될 수 있었고 그림 속에 잠자던 당신의 朝鮮 소들은 굉음 지르며, 눈들을 부릅 떴지요. 하지만, 죽음 후의 명예란 얼마나 공허한가요. 침 튀기며 칭송하는 후세의 찬양들이란 그 얼마나 헛헛한 것인지요. 공연히 罪스럽더군요. 당신의 그림을 보는 내 눈이 미안하더군요. 결국 당신이 있는 不歸의 먼 하늘은 지금의 세상과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데, 살아남은 당신의 소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요. 단 한 번의 자유를 위해 죽어간 당신 앞에서, 그 소리 안 나는 완벽 앞에서 우리들에게 부끄러운 소름이라도 돋게 하고 싶은 건가요. 밥 없으면, 라면을 먹는 이 시대에 당신의 가난과 질병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렇게 죽어간 당신만 억울한 것 아니겠어요. 근데요, 근데요,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이 무지막지하게 쓸쓸하고 캄캄해지네요. 한 치 앞이 안보이네요. 차라리 가난 속에 따뜻했던 당신이 현명했던 것인가요. 당신의 그 혹독한 외로움이 오히려 더 生氣로운 삶이었던 것인가요. 대답 좀 해주세요. 네?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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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호: 대향大鄕) 서양화가 출생/사망: 1916년 04월 10일 / 1956년 09월 06일 출생지: 평안남도 평양 데뷔: 1941년 '미술창작 작가협회전'으로 데뷔 수상: 자유미협전 태양상(1937) 경력: 미도파화랑 개인전(1955) 국방부 정훈국 종군화가단 입단(1952) 원산 신미술가협회 결성

 
  


생전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과 질병으로 불행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지만, 사후에는 그림의 진가를 인정받아 작품이 고가에 거래된다는 점에서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리게 하는 예술가라 할까요.. 1955년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전시회를 열었지만, 1년 뒤에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병으로 사망했다는데 (정확히는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 - 결국, 굶어 죽은 것) 이중섭의 그림 '황소'는 한때 35억 ~ 45억원 가격대로 경매에 오르기도 했다죠 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화가에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지... 6.25 전쟁을 직격탄으로 맞은 세대였기에 제주도로 피란 간 때의 경험이 창작에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부두 막노동으로 생계를 잇다가 이마저도 건강 문제로 여의치 않게 되자, 그림을 그릴 종이 살 돈이 없어 당시 담배갑에 들어있던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 그래도 이 피난 생활이 이중섭에게는 그나마 가장 평화로운 삶이었다고 해요 서귀포시에는 그가 가족들과 피난 생활을 했던 집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그러나 결국, 지독한 가난 때문에 1952년엔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냈는데 일본인 아내 마사코의 집안은 상당히 부유했으며 그 때문에 그녀의 친정에선 둘의 결혼을 극심히 반대했었다고 그 후 그는 죽을 때까지 가족과는 거의 만나질 못한 채, 한국에서 홀로 막노동을 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는데, 즉 현대판 기러기 아빠랑 비슷한 처지인 셈 이로 인해, 그가 간간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나 그림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소북히 담겨 있는지도 아무튼, 그에 관한 많은 얘기들은 이제 神話가 되었고 화백이 살아 생전, 빛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 놓아봅니다 - 희선,



 

Painted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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