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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11번째)
1975년 10월

드디어 기다리던 첫 출근 날이 왔다. 막상 첫 출근을 할려고 하니 들떴던 마음이 사그러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카나다에서 공돌이로 일을 해보고 병원에서도 일을 해 보았지만, 이름도 거창한 “연구소”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흥분되기 보다는 오히려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정말 내가 잘 할수 있을까?’
어떻게 졸업은 했고 딴에는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언어 소통에 문제점이 많은 것을 인정해야 했다.

D박사의 연구실은 20평 정도 되는 방이였고, 연구실과 사무실을 겸하고 있었다. D박사의 책상이 연구실 끝에 있었고 그 맞은 편에 내 책상이 있었다. 연구실 양쪽 벽을 따라서는 counter(실험대)가 있고 그 끝에는 fume-hood가 있었다. 모든 화학 실험은 fume-hood 안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그냥 실험대 위에서 실험을 했었는데…

실험기구는 생전 보지도 못한 요상하게 생긴 것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와~ 이걸 언제 다 배워서 화학 물질을 만들지?’
D박사와 내가 할 일은 제약회사와 계약한 약에 쓰일 기초 화학 물질을 10개 정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아무도 만들어 보지 못한 화학 물질을 만든다는 것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연구실에서는 화학물질을 만들뿐만 아니라, 만든 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분석까지 해야 한단다. 내가 여지껏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지만 열심히 배우며 일을 하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D박사는 연구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력있는 chemist라고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성질이 개(?)같다고 했다. 원래 머리가 끔찍이 좋은 사람들이 좀 괴팍하지 않은가! 약간 불안하기도 했지만, 모두 나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내가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뭘 배워서 화학실험을 하는게 아니고 청소부터 해야할 것 같았다. 연구실 안에 있는 공간이란 공간에는 모두 화학약품들이 널려 있었고 딱지 않은 실험기구들이 조금 보태서 산더미 같았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실험을 하길래, 깨끗한 실험기구들이 하나도 없어?’
마치 홀애비 살림살이 같았다. 그릇과 접씨들을 쓰기만 하고 딱지 않아서 sink대 위에 산처럼 쌓여 있는…

실험기구들을 묻고 물어서 딱고, 실험실을 정리하는데 꼬박 두 주일이 걸렸다. 나중엔 D박사도 미안한지 팔을 걷어 붙이고 나를 도왔다. 지나가는 동료들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안 일이였지만, 주위에 있는 동료들은 D박사의 연구실을 pigpen(돼지우리)라고 불렀고, 그 묘한 웃음은 ‘짜~샤~, 너 고생문이 환하게 열렸어!’라는 뜻이였다. 돼지우리라고 불리우던 우리의 연구실은 제일 깨끗한 연구실로 변했다. D박사는 내가 일을 시작하자 마자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를 해서 그런지 내게 아주 미안해 했다.

셋째 주가 되자, D박사가 불렀다.
“어진아,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설명할께.”
“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물질이 10개인데, 년말까지 4개는 만들어야 해.”
“알겠습니다.”
“만약 못 만들면, 우린 이거야.”
손가락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했다. D박사는 웃었지만, 난 웃을 수가 없었다.

D박사는 요상하게 생긴 실험기구들을 Setup하는 방법에서 부터 시작해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화학약품을 보여주며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드디어 이제부터 일이 시작되는구나!’
‘실수없이 잘 해야지!’
‘D박사 성질이 개(?)같다고 했는데, 견딜만 하네!’

기사 등록일: 200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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