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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12번째)
1975년 11월

부모님들은 역시 어쩔 수가 없으신가 보다. 직장을 가지기 전에는 별로 결혼에 대해서 신경을 쓰시는 것 같지 않더니, 직장을 잡고 나니까 응근히 결혼을 하길 바라는 눈치셨다.
‘도대체 넌 나이가 30이 되도록 여자도 없냐?’하시는 눈치셨다. 8남매 중에서 내 위로는 모두 결혼을 했으니, 순서로 보던지 나이로 보던지 이젠 갈 때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난 이상하게도 여자를 사귀는데 정말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교회에서는 청년회 회장도 했고, 같은 나이 또래의 남녀가 모여서 이민의 서러움을 달레기 위해서 모임도 만들었고, 그모임의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도 해 나갔다. 모임에 함께 하는 여자들과 많이 친했어도, 문제는 개인적으로 단둘이서 만나는 것을 난 못했다. 못한게 아니고 안 했는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모임의 책임자들이 모임은 생각치 않고 끼리끼리 다니면서 모임을 힘들게 만들던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도 한때는 토론토에서 몰매를 맞을뻔 했으니까… 모임의 몇몇 친구들이 따로 행동을 했다. 집에는 교회에서 모이는 모임에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다른 곳으로 샌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녀들을 몰고 다니는 놈으로 낙인이 찍혔고, 처녀들의 오빠 형부들은“어진이 시끼 손 좀 봐야겠어!” 했단다.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변명을 잘 못하면 일이 더 꼬인다는 것을 일찍 터득한 나는 진실이 발혀질 때까지 꽤 오래 동안 침묵하며 힘든 시기를 보낸 적도 있었다. 하여튼 나는 나이 30이 되도록 여자가 없었다.

나는 나이 찬 남동생, 여동생이랑 아파트를 얻어서 함께 살고 있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동생들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고 있었다. 더욱이 여동생에 대해서…
“야~! 넌 어딜 그렇게 싸 돌아 다니냐?”
“어디 좀 들렸다 왔어.”
“그럼 전화라도 해야지!”
“미안,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
“앞으론 일찍 다녀! 늦을 것 같으면 전화하고.”
“알았어. 오빠, 나 사진 찾아 왔다~.”
“사진~?”
“잘 나왔지?” 사진을 한 장 들이 밀었다.
“실물보다 났네!”
“씨~ 오빠는~ 사진은 생긴대로 나오는거야!”
“근데~ 사진은 웬 사진~?”
“친구랑 가서 찍었어.”
”하기야 너도 이젠 맛선볼 때 쓸 사진이 있긴 해야지.”

“오빠, 이 사진은 어때?”
여동생은 다른 사진을 한 장 보여 주었다.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나는 동생친구의 사진이였다. 몇번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놀러 왔던 여자였다. 여동생의 다른 친구들은 우리집에 놀러오면 큰 소리로 떠들고 웃으며 수다를 떠는데, 이 친구는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한 가지 머리에 남는 것은 어느 날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는데, 그 날 따라 여동생은 상추쌈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처녀들은 남자앞에서 상추쌈을 안 먹는다고 나는 듣었다. 입을 크게 벌려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이 친구는 상추쌈을 싸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역시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거~ 참~ 이상하네! 왜 상추쌈 먹던 모습이 이렇게 또렸하지~?’

“잘 나왔는데~!”
“순진이랑 같이 가서 찍었거든.”
“그랬었구나~.”
“갔던 김에 내가 찾아왔어.”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보니, 사진을 찍을려고 단장을 해서 그런지, 전에는 못 느꼈던 아주 참한 모습이였다.
“얘, 아주 착해!”
“그래, 몇번 봤지만 착하게 생겼드라.”

그러고 한 일주일이 지났다.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참 묘했다. 이상하게 문뜩문뜩 순진이의 사진 속의 모습이 떠 올라가지곤 한참 동안 뇌리에 머물곤 했다.
‘거~ 참 이상하네. 내가 도대체 왜 이래?’

어느 날, 여동생이 내게 물었다.
“오빠, 여자 하나 소개시켜 줄까?”
“야~, 내 걱정 말고 네 걱정이나 해라.”
“오빠,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
“좋은 사람있어?”
“순진이 어떄?”
순진이의 이름이 동생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사진에서 본 얼굴 위에 상추쌈을 먹던 순진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순진이~? 글쎄…”
“오빠, 싫어~?”
“……”
“토론토에서 그만한 애 만나기 쉽지 않다~.”
“나두 알어~.”
“그럼 내가 자리를 만들어 볼까?”
“……”
이상하게 순진이의 상추쌈을 먹던 얼굴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거~ 참~ 이상하네. 왜 하필이면 상추쌈을 먹는 얼굴이야~!’

기사 등록일: 200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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