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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형 컬럼_20) 날아라 훨훨
한때 쟈스퍼를 넘어 B.C주 푸른강이란 곳에 살았다. 프린스 죠지라는 서북쪽 도시의 16번과 캠루푸 도시의 5번 후리웨이가 교차하는 곳에 작은 모텔이 나온다. 가을철이면 벤쿠버 연안으로부터 샤카이 연어가 올라온다.
긴 겨울철엔 높은 산맥에 부딪쳐 하늘하늘 눈이 내린다. 매일같이 모텔입구와 파킹장의 제설작업에 매달린다. 유난히 폭설이 내리면 가슴속에 '파'하는 한숨이 난다.
모텔업은 쉽지가 않다. 무슨 직업이나 장점과 단점이 있겠으나 서비스업의 꽃 같은 숙박업이란 쉬지않고 신경이 쓰여진다. 낮과 밤이 뒤바뀌는게 대부분이다. 손님이 바쁜 관광철이면 절로 상기가 나지만 교통이 끊기는 함박눈 시절엔 빈방처럼 허허롭다. 테리팍스가 잠든, 테리팍스 산으로(2650m) 명명된 곳을 바라보며 화창한 봄날을 기다리는게 큰 위로가 된다. 그러다가 봄날이 찾아온다.
사무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자갈밭의 샤카이 산란장위로 봄비소리는 그윽한 화음을 낸다. 빗소리, 봄비의 솜털처럼 나긋한 소리..
밖으로 나가 빗소리에 젖으며 우둑하니 서 있는게 그렇게 좋았다. 주변숲을 둘러보면 산양무리도 빗소리 속에 거닌다. 뿌욱-뿌욱.. 저건 샤카이 산란장을 어슬렁거리며 짝을 찾는 무스소리다.
때때로 헤리테지 강변위로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긴 지네처럼 지난다.
-오늘은 어디까지 일까?

그때 한참 드라마속에 나오는 허준과 유의태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동의보감을 펴낸 허준의 정신유산만은 감격스럽다. 하루종일 지나도 한국인은 만나 볼 수 없는 곳에서 유의태 의원의 목소리는 반갑다. 물론 비디오속의 드라마이나 가슴조이는 모습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나 할까? 인체해부가 없었던 중세기시절에 자신의 몸을 생체실험용으로 내주며 유서를 쓴 후 동맥을 끊는다.
-세상의 병고를 구원할 참된 의원이 되기를 비노라. 내 몸이 썩기전에 몸을 갈라 오장육부의 기능을 확인하고 삼백예순다섯 마디의 뼈와 열두경락이 얽혀 있는 이치를 살펴 네 정진의 계기로 삼기 바라노라!

제자에게 위암을 앓고 있는 자신의 반위(反胃)를 해부토록 타이르는 보기드문 스승.. 원인없는 결과가 어디 있으랴! 그렇게 해서 보물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정신문화가 태어난다. 이곳서도 저 테리팍스란 청년이 암으로 떠나면서 다른환자들을 위한 연구기금을 마련해 주고 눈을 감았다. 사람은 생물이면서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이다. 때로는 행복감에 눈물을 펑펑 쏟아낼 줄 아는 동물이다.
-겨울이 있으니까 봄이 오지요!

두터운 눈설이 다 녹기도 전에 벌꿀새가 날아온다. 꿀물을 타서 사무실 창가에 걸어 놓으면 하루종일 바쁘게 찾아온다. 어디서 어깨동무들을 불러오는지 웅웅거리며 붕 떠서 꿀물을 빤다. 어깨동무를 한 것처럼 공중에 떠서 꿀을 빨다가 휘익 사라진다. 우리나라에도 꿀뚝새가 있지만 이 꿀벌새는 골프공만 하다. 동작도 골프공처럼 빠르다.
산풀꽃이 화사한 제철이 오면 롬슨산의 수많은 산정호수를 찾아간다. 이름도 없는 천연호수엔 천어가 많다. 물론 낚시대를 던져 놓은체 온갖 물새소리를 듣는다. 정적속에서 간간히 뛰어오는 천어소리는 흥겹다. 별처럼 생긴 수초꽃사이에 연꽃도 피어나고 수면위로는 안개가 스믈스믈 떠 다닌다.
연꽃이 한창일 때는 마치 밝은 촛불들이 이곳저곳에 켜진 것 처럼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 때다. 참으로 보기 어려운 원앙새(mundarin duck)한 쌍을 본다. 산짐승처럼 가만히 앉았더니 청동오리의 반쯤되는 숫놈이 가까이 온다. 불그레한 머리털과 희고 검은색이 화려하다. 오히려 암놈은 수수한 털빛이다. 숫놈이 보호하듯이 감싼다. 숨소리를 죽여가며 훔쳐본다. 원앙새라 하더니 어쩜 저리도 다정하고 귀여운가? 원앙새의 순결한 사랑을 훔쳐본다. 달콤하다. 이 때 릴낚시대를 확 끌고 가는 물고기에 놀라 펄쩍 일어선다. 원앙새도 화들짝 날아가 버린다. 보기드문 희귀조여서 몹시 서운하다. '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올 것을 그랬구나!' 가지 각색의 철새들도 수채화 같다.
아름다운 청량제란 허준이나 테리팍스에만 있는게 아니구나. 이 맑은 공기와 저 따뜻한 햇살.. 원앙새처럼 봄날의 잔치속을 날아라.
푸른하늘로 힘차게 날아라. 훨~훨~
지고(至高)한 사랑은 즐겁다. 원앙새 같은 동포사회를 그려본다. 날아라 비젼을 향해 훨~훨~훨.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4년 4/2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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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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