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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컬럼_1) 명상의 시간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영혼 어디엔가 의지할 곳 찾아, 여기 저기 내 영혼 잠재울 곳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고 있습니다. 어떤 소망도 희망도 없이 그저 산이라는 당신 앞에 와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싶습니다.
원죄의 몸부림도 모르는 저가 그 무엇을 얻고 의지할 곳을 찾을 수 있습니까? 인생살이는 댓줄이 끊어지는 순간부터 거짓과 위선 속에 자신의 얘기만을 찾아 정처없는 길을 헤매다 떠나는 모양입니다. 두메산골 선비와 고향 유학의 선구자라는 산골에서 태어나 산나물 캐고 메뚜기떼 뛰놀던 들녘 코스모스 꽃을 벗하며 철없이 파아란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린적도 있었습니다.
봄에는 어사화꽃 꺽고, 풀피리 불며 무덤실 고을에서 돌바위 들쳐 가재도 잡고 노인봉에 올라 ‘노인봉아 잘 있거라/내가 놀던 앞동산아/나는 간다/구름같이 흘러서 간다/꽃이 피고/잎이 되고/나비가 날 때면/만리타국 타향에서/너 역사의 꿈을 꾸마.’
이 곡은 저희 둘째 형이 작곡.작사를 했었는데 저는 이 노래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언간 눈 깜짝할 사이에 60을 훌쩍 넘어 당신을 찾으려 몸부림치나 아직도 저는 당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며 하루를 넘깁니다.
또한 유년기에 즐겨 부르던 노래가 현실이 된 오늘, 만리타향 타국에서 고향 하늘의 북두칠성을 보며 저 한몸 의지할 곳 없어 저 죽은 후, 뼈 한 웅큼 뿌리고 갈 곳이 없어 오늘 이렇게 당신을 찾아 정처 없는 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양화가 악화를 구축치 못하고 악화가 더더욱 악화를 찾아 숨쉴 틈을 주지 않고 인간의 근본적 존엄과 양심을 암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비운다, 비운다 하며 믿는다, 믿는다 하며 당신 앞에 앉아 울부짖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당신 앞에 모든 것 맡기고 당신의 길을 걷는다 하면서도 온갖 죄악과 인간으로서 못할 일들을 서슴없이 저지르며 하루를 넘기고 있는 것을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악한 자일수록 인류를 위한다고 외치며 많은 죄를 지은 자일수록 당신 앞에 앉아 당신을 찾는 위선을 저지름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토록 용서받고 죄를 사해달라 기도드릴 수 없이 살아온 저와 같은 인생은 당신 앞에 앉아 죄를 사하는 용기마저 잃었고 오늘의 참회는 내일의 위선으로 저의 하루를 채찍질하며 살아온 나날들이었습니다.
명예도, 사랑도, 황금도 다 팽개치고 비운 마음 다시 비워내려고 몸부림쳐도 비워야 할 일들만 쌓여가는 저의 생존은 무엇 하나 두고 갈 것이 없고, 주고 갈 것이 없어 어제도 오늘도 당신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정념은 본래 무형, 무색, 무미로 보이는 것도 아니요, 만져지는 것도 아니라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억눌리면 응어리지고 응어리가 굳으면 매듭처럼 맺힌다 했습니다.
또한 맺힌 정념이 응어리지는 과정을 한(恨)이라 하고, 한이 맺힌 과정을 원(怨)이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또한 저 같은 민초는 한과 원으로 쌓인 생존으로 오늘을 영위하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한 날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의 역사는 국가적으로는 관권이 민생을 억누르고 경제적으로는 가진 자가 모든 것 다 가져가고, 사회적으로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춤을 추며 민초들을 못살게 했으며, 도덕적으로는 삼강오륜이 개인의 의지와 생존을 멋대로 억압했으며 가족적으로는 가부장제와 여자의 삼종지도가 여권의 생존을 좌지우지해 왔습니다.
저 자신 이러한 조국에서 태어나 남의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명예와 황금을 찾아 몸부림치며 살아왔음을 부인치 않습니다. 즉, 무엇인가 되고자 갈망하는 마음은 박사도 되고 돈도 많이 벌고 교민사회에서 그 숱한 회장이란 감투도 쓰고 한 세상 살아가고 있음이 저뿐이 아님을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감투에 대한 사명감과 명분있는 일보다는 감투욕에 살아온 인생들이 어찌 저뿐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이 되어 무엇을 해야 되겠다는 의지력을 가진 지도자를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조국의 현실이나 교민사회의 현실이나 매 마찬가지로 생각함은 저의 옹졸한 사고일 것입니다. 예컨대 감투에 따른 이익이나 대접 받기를 원하는 감투욕과 자신의 신념이나 경륜 포부를 실현키 위한 수단으로 감투를 쓰고자 하는 책임감있는 사명감을 가진 지도자를 만나기가 어려운 것도 우리의 현실일 것입니다.
왜 이런 현실이 도사리고 있는가 하면 우리 민족은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 Oblige)가 결여된 것이 큰 이유라는 것을 어떤 학자는 말했습니다.
그 뜻은 높으신 분, 사회적 높은 직위나 남을 지배하고 남을 대변하는 정신적 영향력을 가지는 의무의 수행이라 했는데 이에 대하여 항시 좋은 자리, 좋은 직위를 갖고 남에게 대접 받고 호의호식과 과시하기를 좋아하지만 국민을 위하여 나보다 못한 자를 위하여 교민 사회를 위하여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군상들. 봉사와 희생은 뒷전이고 선량한 민초들을 짓밟으며 자기들의 위선적 존재의 위치를 확보키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는 파렴치한 인간상을 지적하고 있답니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즈는 현대사회에서 자기 자신 이상으로 남을 사랑하는 힘과 자기의 이익 이상의 것을 위해 행동하는 형이라 널리 쓰여 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역사 속에서 오늘을 영위해 왔고, 또 내일을 맞이하는 민족임을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은 점점 줄어들고 문화, 종교, 사회, 경제, 정치 어느 분야이든 주어진 현실은 한 이민자를 방황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혼자라도 좋다’ ‘문은 있어도 닫혀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 제 나이는, 아니 저뿐 아니겠지만 우리 인생은 억지로 세상과 교제를 끊으려 하지 않아도 찾는 사람은 날로 줄어들고 끝내는 혼자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숙명이라 할 고독을 스스로 짐으로 지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 질주하는 것이 실존의 길이라고 갈파한 니체의 글이 신이여, 벗들이여, 조국이여,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여! 갑신년에 원숭이가 울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여기에 썩고 썩어가는 조국과 현실, 별 비전없이 방황하는 우리 이민자들과 조국을 생각하며 ‘그림자’라는 시 한 편을 발표하며 새로운 날을 위하여 새로운 명상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오! 실루엣 실루엣/나의 실루엣/당신이 나의 곁을 떠난 지가/몇 천년 몇 만년이더냐/오늘도 나는 나의 무거운/그림자를 밟고/먹구름의 두께를 저울질한다/탐욕의 진실과 정직을 노래하며/욕망의 진리를 저주하며/내 인생의 지난날은/허공에 등불을 켠다/혼자서 울고 웃는 자화상의 꿈/그 꿈은 반역의 고통을 잉태하고/내 영혼의 울부짖음을 외면한/너는 너는/나의 천사였다/아비규환의 인생살이/나의 눈물은/계속되고/방황하는 한 이방인의 생존은/영원히 죽지 않는/실루엣의 노스탈자/살아 있는 송장이/정처없이 지향없이/안개 바다를 걸어/꽃상여타고 천상을 날아가는구나/오! 실루엣 실루엣/나의 조국이여.’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4년 4/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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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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