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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형 컬럼_22) 날마나 숨쉬는 순간
가장 편안하고 고요한 선율이 흐른다. 마음의 추위가 달아나고 고향의 복사꽃 피는 향기를 느끼게 된다. 청중들은 숨소리를 죽여가며 빨려든다. 쇼팽의 ‘즉흥환상곡’도 흥겹다.
‘오, 신실하신 주, 날마다 숨쉬는 순간’이 와서 닿는다. 그동안 숨쉬는걸 모르고 살아왔다.
마음으로 듣는 부드러움도 있으나 미쳐버린 폭풍우도 있다. 그러나 미친 폭풍속에서 기도를 드린다.
과연 맹인처녀의 손길에서 저런 피아노 연주가 가능할까? 그 무엇이 맹인의 눈을 뜨게해, 눈뜨고 있는 우리들을 무아경으로 데리고 갈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유심히 관찰하니 열손가락이 날아 다닌다. 불가능한 한계성을 뛰어 넘는다. 신비하나 온몸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저 열손가락이 날면서 풍겨주는 맹인처녀의 향기가 가득 퍼진다.
저건 피아니스트의 기교로 연주하는게 아니다. 혼신의 몸과 영혼으로 건반을 감싸안는다. 손으로 연주하지 않고 영혼으로 연주하는게 아닐까?
휴식시간이다. 기독교 용어로는 간증이라 한다. 오 은경양의 어두운 과거이다. 신체장애자의 따돌림이란 재미난 놀림감이 된다. 너무 분하고 창피스러워 물에 빠져 죽으려 했었다. 여러 차례나 자살미수사건의 쓰라림이 있었다. 지금은 신체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으나 그때만 해도 아예 무시하고 깔보는 세태였다.
더군다나 소녀로서 처절한 자존심의 상처를 받는다. 정상인으로선 상상도 안 간다.
단 일분만이라도 꽃피는 파아란 세상을 볼 수만 있다면.. 단 몇초라도 태양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원초적인 간절한 소원이 현실속에서 이루어 진다.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며 풍금이란 친구를 사귀게 된다. 타고난 천재성이 피아노연주에서 나타난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게 된 것이다. 깊은 신앙에는 스스로 우러나오는 향기가 있다. 하지만, 가로막는 장애물이 또다시 숨어 있다. 음악대학의 길이 막혔다. 맹인을 받아주는 대학이란 없었다. 절망에 빠져 간절한 기도에 매달린다. 기도는 침묵으로 사라져 버렸을까? 침묵뿐이었다. 쉬지 않고 기도를 드린다. 공허하게 스쳐가는 바람일까? 아니다.
기도의 응답이란 늦거나 빠르거나 되돌아 온다. 사람을 통해서 응답해 주셨다
고 원용목사의 손길이 와 닿았다. 양녀로 삼아 미국땅으로 건너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는 곳엔 보이지 않는 차별이 반드시 있다. 영어도 잘못하고, 몸이 약해 잔병이 많은데다 앞을 못 보니 왕따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고 목사와 양어머니의 헌신은 절망이란 늪에서 끌어내 주었다.
“비젼을 가져야 한단다. 사람이란 단순한 생물체가 아니란다. 꿈을 먹고 살아야 미래가 환하게 보이게 된단다. 이 작은 열손가락으로 따뜻한 사랑을 연주해 줘야지. 더 불쌍한, 또 다른 맹인들을 위해 열손가락을 다 바치거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귀한 향기를 나눠줘야지. 사람이란 뜻으로 사는 거란다. 시험에 들면 쓰러지게 된다. 용기를 잃지 말아야지.
누구나, 살아간다는 의미를 찾기까진 오랜시간과 시련이 있기 마련이다. 날마다 숨쉬는 순간에도 감사함을 알 수 있는 건 가장 큰 축복이란다. 숨쉬는 순간마다 하느님께 고마워하는 큰 축복!”
맹인 피아니스트 오 은경 박사가 드디어 탄생한다. 온갖 절망을 뚫고 일어선다. 에모리 음대를 나와 보스톤 음악 대학원에서 석사를 끝내고 또 다시 음악박사의 길을 밟는다. 눈을 뜬 서양 음악도들 속에서도 꿋꿋이 최우수상을 받게된다.
작은 열손가락의 맹인박사가 바로 한국인이란 점에 큰 자부심을 함께 갖는다. 한국인이란 그리스도의 진리에 눈뜨면 무엇이나 다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무서운 인내와 도전이 있다.
어느 사이에 연주가 끝났을까? 참으로 오랜만에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나에게 아름다운 천사를 보게 해 주었다. 하느님께선 사람을 통해 창조손길을 보여주신다. 숨쉬는 순간마다 삶의 즐거움을 봄날처럼 말이다.

<추신> Dr. Grace Oh는 첫 피아노 음반을 펴냈다. 음반의 모금은 맹인들을 위한 [기술교육 센터건립]에 사용하고자 한다.
연락처 : 오 은경 (피아니스트 Dr. Grace Oh) 고 원용목사댁 내 Ph (770) 965-7963
6274 Clear Spring Flowery Branch GA. 30542. U.S.A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5/28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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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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