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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의 위기 _강현 컬럼
조국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긴 해방 이후 60년이 한결같이 긴박하기만 했던 나라에서는 '긴박'이라는 용어가 새삼스럽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한 달 여 간, 특히 북한 경비정의 월선사건 이후 수구세력의 핵심과 저변에서 십자포화처럼 쏟아져 나온 말과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조만간에 무슨 일이 터지고야 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동아일보의 최규철 칼럼은 아예 '혁명이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라는 분명한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좌익혁명이 아니고는 이런 일이 일어설 수 없다'라는 뜻이 아니라 '우익혁명이 아니고는 다시 우리가 일어설 수 없다'라는 선동구호다.
애매한 글재주로 세 불리해 질 때를 대비해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지만, 메세지가 분명한 쿠테타 선동발언이다. 다른 보수언론들 역시 그동안의 '상생론'을 내팽개치고 본격적으로 '친북 좌익 집권세력'때려잡기에 나선 느낌이다.
'반핵 반 김정일 국권수호 국민협의회'를 비롯한 우익단체들의 행동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은 중앙일간지에 '국군은 친북좌익정권의 명령을 거부하라'는 노골적인 내란 선동 광고를 대문짝만하게 내는가 하면, 백주대낮에 길거리에서 "국군이 일어서야 친북좌익정부를 뒤집어 엎고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 가세한 것이 한나라당이다. 그동안 착해진 척, 반성하는 시늉을 해 오던 박근혜 대표는 하루 아침에 태도를 돌변하여 "나라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게거품을 물고 있다. 정치 이전! 에 어떻게 한 인간이 저렇게 순식간에 모습을 바꿀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몇 주 전에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대통령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또 점입가경이다. 그들은 대통령의 면전에다 대고 "당신들의 숙청대상이 첫째 삼성, 둘째 보수언론, 셋째 사법부, 넷째 서울대 인맥, 다섯째 강남(江南)이라는데 사실이냐"라고 비아냥 거렸다 한다.
정보가 빠르고 권력의 행방에 쥐새끼처럼 민감한 언론사의 데스크들이 이 정도로 대담해 졌을 때는 무언가 앞에 보이는 것이 있고, 뒤에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북한 경비정 월선 사건 당시 군부일각에서 벌어진 통수계통에 대한 조직적인 보이코트 사태가 보수세력에게 무슨 신호의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단순히 비난과 폄훼차원을 넘어 노골적인 정부 전복 선동행위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현재 진보세력은 청와대와 일부 정부 조직, 국회와 일부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군부와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 헌법수호를 위한 물리적 기간조직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돈줄을 쥐고 있는 재벌은 진보세력을 적대시하고 있다. 집권진보세력이 추진하려고 하고 있는 각종 개혁안 중 반민족특별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언론 및 사학 개혁, 의문사진상규명, KAL 858기 사건 등을 포함한 조작의문사건 재조사 등은 보수세력, 특히 과거 독재정권 담당세력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물리력을 현실적으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집권세력이 조여오고 있는 목줄을 그들이 순순히, 별 저항 없이, 그냥 역사의 대세이므로 감수할 것이라는 생각은 천부당 만부당한 착각이다. 진보세력,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다가오는 '반동의 위기'를 분명히 직시하고 과감하고 현실적인 대처를 하기 바란다.
국민정서나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로 볼 때 군사쿠테타를 포함한 어떠한 형태의 '반동'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는 한심한 사람들도 있다. 아이티나 베네수엘라 사태는 그만 두더라도 새 세기들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퇴행적 사건들'을 보고도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는가.
청와대와 국회만 진보세력이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의 기득권을 수구세력이 여전히 쥐고 있는 이 기묘한 현실에서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외줄타기 만큼이나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엄연한 몫이다. 희생을 최소화 하면서 민주주의를 보위해 내느냐, 삐끗 잘못하여 피비린내 나는 내전의 소용돌이로 휩쓸려 들어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강현(Sarnia@hanmail.net)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8/2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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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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