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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는 미국_강현 컬럼 4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다시 의회를 장악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대선-의회선거의 순열조합이 최악의 상황으로 귀결된 셈이다. 사실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바램은 이 불한당같은 정치집단이 부시임기만료와 함께 조용히 사라져 주는 것이었다.
가능하면 임기 만료 전에라도 하루빨리 없어져 주었으면 했던 것이 적지 않은 이들의 솔직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투표를 한 미국 유권자의 반 수는 전 세계의 여론을 외면하고 신(新) 제국 주의자들의 손을 다시 들어주었다.
4년 여 전 조지 W 부시가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가장 어처구니 없어 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그를 가르쳤던 교수들과 그와 같이 학교를 다녔던 동창들이었다. 한 마디로 그는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것이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이었다.
'코네티컷 상원의원' 할아버지를 둔 덕분에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예일대학이 부시에게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지옥같은 곳이었다는 것은 그 스스로의 고백이다. '천박한 보수주의'와 텍사스식 사고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오랜 기간 동안 계속 된 술과 도박과 건들거림의 세월은 학창생활에서 비롯된 좌절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인물들이 가끔 그렇듯이 부시 역시 80년 대 중반 어느 날, 난데없이 종교적으로 거듭났다며 근본주의 기독교 신앙에 빠져든다.
술을 끊고 성경에 파고들더니 갑자기 '낙태와 동성애는 죄악'이라느니 '믿음으로 구원 받지 못한 자는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질 것'이라느니 하며 뚱딴지 같은 소리들을 지껄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부시가 종교적으로 거듭났다는 시기는 그가 경영하다 파산한 에너지 회사를 하켄사가 2백만 달러에 인수해주고, 주식 21만주와 이사자리까지 제공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 수상하기 짝이없는 거래의 뒤에는 물론 당시 부통령이자 에너지 산업계의 막강한 실력자였단 아버지 부시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 해괴한 거래는 뒤에 내부자 거래로 들통이 나 증권거래위원회 (SEC)의 조사를 받게 되는데 당시 이 위원회의 위원장이 아버지 부시의 친구였던 관계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가 종교적으로 거듭난 이유가 그를 파멸로부터 구해 준 그의 보수적 기독교 가문과의 화해나 협상의 결과인지, 아니면 내부자 거래와 아버지의 빽이라는 불법행위를 동원하여 다른 사람들의 금전적 손해와 실직을 불사한 채 그 혼자만을 재기하게 해 준 신(神)에 대한 감사인지 모르지만, 이 때 형성된 그의 심상치 않은 '신앙관'은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과 세계를 종교, 문화, 계층, 인종 간의 증오와 저주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중요한 요인들 중의 하나가 된다.
문제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백년에 한번 날까말까할 만큼 여러가지 면에서의 자질이 놀라울 정도로 모자라는 인물이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재선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의 에너지 군수산업과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의 밑도 끝도 없는 세계 지배의 욕망이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 넣고 있는 데도 그를 재선시킨 미국의 광기를 보면 이 나라가 그들 스스로 자랑해 온 '도덕과 민주적 가치를 토대로 한 자정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네오콘과 에너지 군수산업·기독교 근본주의 커넥션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 인류가 거의 한 세기에 걸쳐 이루어 놓은 모든 분야의 진보적 가치들이 19세기 말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미국 군수산업의 사활이 걸린 '미사일 방어체제'구축을 밀어붙이는데 필요한 핑계거리를 만들기 위해, 클린턴 시절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렀던 북한과의 평화협상을 송두리째 내팽개치고 한반도를 전운이 감도는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9.11 공격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예 60년대보다 더 위험한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그동안 극우로 분류돼 온 샤론총리마저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미치광이같은 자들이 설쳐대고 있다.
중앙 아시아의 에너지자원 확보와 중동에너지 보고의 확실한 장악을 목표로 벌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 전쟁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이라크에서 이번 전쟁 중 미군과 연합군에 의해 학살 당한 민간인 수가 1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최근 미국의 두 대학과 바그다드소재 한 대학의 공동 조사단에 의해 발표된 바 있다.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고위책임자들을 협박하여 날조한 가짜정보를 근거로 벌인 이 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추악하고 뻔뻔스러운 침략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제법을 유린하고 전쟁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다시 권력의 자리로 밀어 넣은 미국인들의 선택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도덕이요, 세계평화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이 나라가 40% 이상의 소비자원을 낭비하는 구조를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미국인들의 선택은 제국주의적 발상이 정치·자본가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확산된 결과라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세계는 자신들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 거대불량국가의 양심이 마비된 유권자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굴욕과 희생을 강요 당하게 될 지 모른다.
우리는 참 듣도 보도 못한 암담한 세상에 살고 있다.
강현 (sarnia@hanmail.net)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11/5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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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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