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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감상] 아름다운 동행 / 박해옥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507 작성일 2005-06-13 21:14 조회수 1300
 


아름다운 동행 / 박해옥


두 사람의 만남은
네모와 네모끼리의 만남입니다
갯가 돌처럼 자그락 달그락 부비며 살아
수마석이 되기까지
머리만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애틋한 가슴까지 내주는 일입니다

사랑은
들리는, 만져지는 즉물적 대상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여 이루는
작은 몸짓입니다

이슬에 치마 젖지 않고 피는 꽃 없듯이
가슴 젖지 않을 사랑은 없는 것을
서로 논둑이 되어주고
서로 언덕이 되어주다
나란히 철길이 되는 일입니다

저녁 무렵
건들건들 앞서가는 두 그림자의 오체투지를
함께 바라보는
그래,
함께 길을 간다는 뜻입니다





노트 - 수마석: 물결에 씻기어 서슬이 닳은 돌


01085.jpg

부산 출생
부산시 주최 여성문학백일장 장원
국민카드 사이버문학상 입선
<미래문학> 및 <월간문학21> 신인상 수상
<詩마을> 동인
시마을 <영상시, 낭송시방> 운영자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도서출판 천우, 2003),
시마을 작품선집 <섬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등








* 시를 대하다 보면, 굳이 어떤 사변적思辯的 풀이가 없더라도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시를 만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좋은 시라는 것은 시를 어렵게 한다거나,
고상하게 한다거나 혹은, 현란하게 수식한다는 것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는 맑은 시심詩心은 짧은 몇 마디의 말이라 해도
우리에게 더욱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또한
읽는 이의 가슴에 은은하고도 깊은 감동으로 자리잡게 마련이다.

시마을에는 정말 좋은 시를 쓰시는 시인들이 너무 많지만,
그들 중에서 늘 넉넉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박해옥 시인의
시편들을 대할 때마다, 고요한 정관靜觀으로서 삶의 환기를
도모하는 의미의 결집結集과 함께, 제공되는 시적詩的 공간에는
답답하지 않은 너그러움이 있고, 날카롭지 않은 부드러움이 있으며,
편벽됨이 없는 감성과 고요한 지성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또한, 박해옥 시인이 구사하는 시어는 사전 속에 있는 박제된
잠자는 낱말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드는
살아있는 '말'로서 그것은 결국 시가 지향指向하는 '최종의 인식'
으로 뻗어가는 '내포적內包的 충일감充溢感'의 과정에 있어
더욱 든든한 배경의 힘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시, '아름다운 동행'에서도 이러한 시적 분위기는 변함없이
견지堅持되고 있다. 전全 4연聯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에서는 유한한 삶 속에서 소멸되어 가는 시간들을 딛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일에 대한 의미를
이해와 성숙이라는 유기적인 순환의 의미로 인식認識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네모와 네모끼리의 만남입니다/
갯가 돌처럼 자그락 달그락 부비며 살아/
수마석이 되기까지/
머리만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애틋한 가슴까지 내주는 일입니다/


시에서 말하다시피, 각진 돌이 둥근 수마석水磨石이 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아픔과 시련이 수반되겠는가.
그 인고의 과정에 있어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삶이었다면,
켤코 둥근 돌의 모습은 지닐 수 없을 것이다.

시인이 엮어내는 이러한 삶과 사랑의 의미망意味網 앞에서
읽는 자, 또한 몸 전체로 부딪혀가며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흔히 사랑을 노래하는 많은 시들이 범하기 쉬운
미의식美意識에의 과도한 몰입과 감정의 유입流入 없이
사랑은 그저 작은 몸짓이라고 담백하게 말하고 있다.


사랑은/
들리는, 만져지는 즉물적 대상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여 이루는/
작은 몸짓입니다/


다음의 3, 4연聯에서는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시인의 감성이
언어에 녹아들어 효과적인 연상과 암시의 작용을 하고 있는데,
짜임새있는 시적 구도構圖와 함께 연聯 단위로 점증적으로
고양高揚되는 정서의 운용을 통해서 그 끝으로 남겨지는
시각적 효과의 여운(철길, 두 그림자의 오체투지)이 인상적이다.


이슬에 치마 젖지 않고 피는 꽃 없듯이/
가슴 젖지 않을 사랑은 없는 것을/
서로 논둑이 되어주고/
서로 언덕이 되어주다/
나란히 철길이 되는 일입니다/

저녁 무렵/
건들건들 앞서가는 두 그림자의 오체투지를/
함께 바라보는/
그래,/
함께 길을 간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삶'에있어 '사랑하며 산다는 일'은
비록 많은 아픔과 괴로움이 따르더라도 그것을 인내하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의지처가 되는 일이며,
너와 나의 구분 없이 닮은 꼴이 되어 동행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즉, 그 같은 동행은 결국 각자 영혼의 성숙을 돕는 과정으로서의
아름다운 의미가 있다고 시인은 4연聯에서 부연敷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자 = 영혼의 의미) (오체투지 = 성숙의 의미)

비교적 짧은 시임에도, 삶에 묻어나는 인간의 존재성과 결부시켜
포착한 사랑의 위치와 운동량이 선명한 시라는 느낌이다.

또한, 단순하게 사랑의 미의식美意識 을 말하기 보다는
자아의 환기적 효용效用을 꾀하는 시상詩想의
숨어있는 예기銳氣가 감지됨을 말하고 싶다.


생각컨데, 현대의 많은 시들에서 온갖 첨예한 시풍詩風의 이름으로
무수한 굴절의 조합에 의해 복잡하게 이루어지는 내부적 관념투영보다는,
차라리 소박한 감동으로 충만된 '의식의 떠올림'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짐은 이 부족한 사람만의 개인적 소감일런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식견으로 시를 말한 것 같아, 시인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함께 시를 쓰는 문우로서, 너그럽게 혜량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시인의 시에서 현실의 생활을 바탕한 풍요한 감각과
시인의 예리한 지성의 조화를 통하여 제시되는 '삶의 정신'이
삭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양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박해옥님의 지속적인 건필을 기원해 본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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