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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와 박목월, 각각의 이상한 러브스토리
작성자 clipboard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4211 작성일 2011-06-26 18:13 조회수 3013
유튜브는 펌 ------------------ 대중기만과 여론조작을 통해 특정인의 인품이나 업적을 과대포장 하는 것은 다반사다. 형편없이 나쁜 인간의 인격을 미화해서 영웅처럼 각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외적으로 조용하고 평범한 사람의 소소한 일상들을 조금씩 아름답게 꾸며서 ‘국민천사’로 뒤바꾸어 놓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형편없이 나쁜 인간’은 누군가가 아무리 감쪽같이 거짓말로 미화해 놓았더라도 오래 못 가 꼬리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국민천사로 미화되어서 일단 public image 안에 자리잡은 주인공이 <모난 데가 없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 대한 과대 포장 이미지가 의외로 오래갈 수 있다. 꼬리 밟힐만한 <당사자의 튀는 언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천사 원조 할머니 육영수가 이런 경우다. 육영수는 박정희 씨의 두 번째 부인이다. 박정희는 1979 년 10 월 26 일에, 육영수는 그보다 5 년 빠른 1974 년 8 월 15 일에 각각 권총으로 피격 사망했다. 대한민국 40 대 이상 기성세대에게 <육영수>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다름아닌 목련이다. 목련은 학명이 magnolia kobus 인 낙엽교목으로 넓고 예쁜 흰 꽃이 인상적인 식물이다. 육영수하면 목련이 떠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sarnia 는 육영수가 한 때 목련팔이소녀였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고 하다못해 생전에 화선지에 목련꽃 그림을 멋드러지게 그렸다는 일화도 들은 적이 없다.     <육영수=목련>이라는 이미지 등식을 성립시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은 시인 박목월이다. 박목월이 육영수를 목련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박목월이 왜 육영수를 목련이 비유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그냥 무슨 꽃에 비유하면 좋겠는데 <전기> 쓰다 말고 갑자기 생각난 게 자기가 예전에 쓴 <4 월의 노래>에 나오는 그 목련이어서 ‘옳거니’ 하고 가져다 붙인 게 아닐까 싶다. 박목월은 전기 <육영수 여사>에서 육영수를 학(鶴)에도 비유했다. 학은 목련에 비해 오히려 비유연상이 쉽다. 육영수는 목이 긴 편이기 때문이다. 근데 박목월이 학에 비유한 또 하나의 여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박목월은 제주도 칠성통 남궁다방에서 우연히 만난 시인 양중해의 소개로 바닷가에 초가집을 하나 얻어 <휴양생활>을 즐긴 적이 있는데 이 때 목이 긴 소녀 <열아>를 만나서 운명적인 동거생활에 들어갔다. 열아는 소녀의 본명은 아니었고 박목월이 소녀에게 멋대로 갖다 붙인 이름이었다. 가끔 찾아오는 양중해에게는 그 소녀를 <친구>라고 소개했는데 나이 마흔이 넘은 사람이 동거중인 십 대 후반의 소녀를 <친구>라고 소개할 수 있을 만큼 박목월은 넉살 좋은 로맨티스트였다.   근데 그 로멘틱한 제주도 동거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녀의 아버지가 소녀를 데리러 제주도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같은 날 박목월의 부인 유익순도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사라진 남편 박목월을 잡으러 제주도 초가집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런 과거의 사연들이 박목월에게 아이디어를 떠 오르게 하여 그로 하여금 육영수를 목련과 학에 비유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박목월이라는 시인은 1940 년대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식민지 농촌을 ‘술 익는 마을’로 묘사할 만큼 평소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이었으니만큼 관찰력이 뛰어난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비록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라고 할지라도 한 번 각인된 어떤 사람의 이미지란 바뀌기가 어려운 것이고 가뜩이나 바뀌기가 쉽지 않은 이미지에 충격을 가할 만한 육영수 본인의 튀는 언행도 별로 없었으니 죽은 지 37 년이 지난 지금도 육영수는 여전히 목련이요 학인 것이다. sarnia 가 보기에 육영수는 다소 사려 깊고 나서는 것 좋아하지 않는 전형적인 시골 부잣집 둘째 딸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육영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증오했던 것 같다. 첩을 다섯 명이나 두고 어머니를 맘 아프게 하는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 딸들의 공통점>이겠지만 정작 문제는 영수가 서울 배화여고에 입학하면서부터 터졌다.     며칠 전 올린 글 <시끌벅적>에서도 언급했지만 육종관의 첩 5 인방 중에는 자매지간인 두 여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 육영수는 자매가 한 남자의 소실로 들어와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 장본인이 자기 아버지라는 현실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자매 소실 중 언니를 큰 개성댁이라고 불렀고 동생을 작은 개성댁이라고 불렀는데 육종관은 서울 사직동에 집을 한 채 장만한 뒤 언니인 큰 개성댁을 그리로 보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자녀들을 돌보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육영수 역시 배화여고 학창시절을 그 집에서 큰 개성댁을 <작은 어머니>로 모시며 살아야 했다. 육영수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참담한 세월이었을 것이다. sarnia 는 문득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는, 사려 깊은 <양가집 규수> 육영수가 당시의 관념으로는 명백한 불륜임에도 불구하고 유부남 박정희와의 결혼을 왜 그렇게도 적극적으로 고집했을까 하는 것이고, 둘째는, 1935 년 박정희와 결혼한 직후부터 끈질기게 이혼을 강요당해왔음에도 무려 15 년 동안이나 꿋꿋하게 버티던 김호남이 1950 년 11 월에 와서 육영수와의 결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이혼에 합의해 준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나는 그 이유를 각각 이렇게 판단한다. 첫째 이유 <육영수의 불륜>에 대한 개인적 판단이다. 육영수는 잘못된 여자관계를 통해 어머니와 가족들을 괴롭혀 온 아버지 육종관에 대해 <또 다른 잘못된 관계>를 무기로 복수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설명대신 여담 한 마디 하자.   1969 년에 <개구리남편> 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 또래들이 <황금박쥐>와 <요괴인간>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조숙한 sarnia 는 태현실 장욱제 박주아가 주연으로 나오는 <여로>와 반공수사드라마 <지투작전>을 주로 보았는데 <개구리 남편>을 그때 본 적이 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암튼 이 드라마는 유부남 과장 최불암과 신입여사원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렇고 그런 드라마였는데, 청와대에서 이 드라마를 본 육영수가 불같이 격노하는 바람에 조기 종영된 적이 있다.   이 예화는 두 가지를 시사해 주는데 하나는 육영수가 아버지의 축첩에 대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50 년 여름 유부남 박정희를 따라다녔던 것이 진심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 <김호남의 이혼 둥의>에 대한 개인적 판단이다. 육영수의 어머니 이경령이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최소한 딸이 유부남과 결혼하는 파국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 사람을 보내 김호남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10 여 년에 걸친 박정희의 폭력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이혼을 거부하던 김호남이 육영수가 나타난 지 몇 달 만에 흔쾌히 이혼에 동의해 줄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수 십 년이 지난 남의 집 가정사를 새삼스럽게 늘어놓는 이유는 딴 게 아니다. 학같이 고고한 사람들의 목련같이 희고 깨끗한 이야기란 처음부터 없었고, 그냥 특별한 지위에 오른 보통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존재했을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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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  2011-06-26 20:21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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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연재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어디로 진화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육영수나 그녀의 딸도 과다한 호감으로 포장되고 있는데 그것도 참 궁금한 현상입니다. 박정희-육영수-박근혜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연구대상인데, 그래서 클리보드님의 연재가 더 기다려 집니다.

저는 황금박쥐-요괴인간에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여로\"두 보았습니다. ;-)

clipboard  |  2011-06-26 20:42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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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님 안녕하세요. 아시다시피 사생활을 다루고 있는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은 제 스타일도 아니고, 따라서 글쓰기가 별로 신나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가 공적인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사적인 영역인지 줄타기하는 기분이기도 하고요.

분명한 것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독재자 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해서도 얼토당토않은 소설쓰기와 미화를 해 놓았기 때문에 사적인 영역의 내막을 다소 폭로해서 그 가면을 벗겨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박정희나 육영수에 대한 것은 사건 기록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는만큼 기초자료에만 의존해서도 쓸 수 있는데 박근혜에 대해서는 워낙 기초지식이 없는지라 한국에 가서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보고나서야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우회장 자리도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 자리가 아무 능력도 철학도 없는 사람에게 단지 조작된 이미지에 의지해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기막힌 현실이 더 기막할 뿐 입니다. 하긴 이명박 같은 ... 도 대통령인데 그보다 더 나쁘기야 하겠냐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대한민국의 처지가 너무 한심할 뿐이지요.

이 글은 어제 써서 올리려고 했다가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가 이임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내의 대북 강경파에게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 있어 이것에 대한 칼럼을 하나 써서 다른 곳에 보내느라고 오늘에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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